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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불경기속에서 한국 자동차업체가 살아남으려면?

  • 기사입력 2009.01.05 17:32
  • 기자명 이상원

요즘 인터넷상에서는 소위 미네르바 열풍이 좀처럼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인터넷 이용자들이 미네르바에 열광하는 배경에는 배경에는 마치 족집게 도사를 연상케 하는 정확한 예측 때문이다.
 
지난해 봄부터 미국판 서브프라임 불똥이 한국에 튄다는 사실을 예고했고, 환율이 미동도 않던 지난 8월에  한국경제의 대풍랑을, 9월에는 환율이 1천400원대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사실을 예고했다. 게다가 정부 경제팀의 실수를 조목조목 열거하면서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미네르바처럼 정확한 예측은 아니지만 한국 자동차산업이 안고 있는 문제점이나 나아갈 길을 한국민이 아닌 제삼자의 입장에서 정확한 논리를 통해 지적해 주고 있는 전 도요타자동차 수석 부사장 이마이 히로시씨의 글도 한국 자동차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그의 글은 이미 조선일보나 중앙일보 등 유력 일간지를 통해 수 차례 글이 소개된 적이 있고 본지에도 2007년과 2008년 두 차례에서 걸쳐 게재한 바 있다.
 
도요타자동차 미국법인 수석부사장을 지낸 이마이 히로시(76)씨는 1958년 도쿄대를 졸업한 뒤 토요타에 입사했으며 이듬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판매법인이 설립되자 미국 근무를 신청, 36년 동안 미국에서만 근무했다.
 
특히, 지난 1996년 1월에는 삼성물산 자동차부문 고문으로 한국과 인연을 맺어 구 삼성자동차에서 2년6개월간 근무한 경험도 있다. 
  
그는 최근의 세계 경제위기 속에 흔들리고 있는 한국 자동차산업의 문제점과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글을 최근 본지에 보내왔다.
 
이 글은 언론을 통해 그동안 숱하게 다뤄왔던 노조문제와 부품업체 문제, 원천기술 확보 문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지만  50년에 걸친 그의 경험과 일본과의 비교 분석을 통한 예리한 통찰력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작금의 한국 자동차업계에 많은 점을 시사해 주고 있다.   
 
-다음은 이마이 히로시 전 도요타 북미법인 수석부사장의 기고문-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세계 경제가 쇠락의 위기를 맞고 있다. 
 
그 중에서도 판매금융이 수반되는 고가상품인 자동차에 있어서의 타격은 더욱 커 세계 주요 자동차업체들이 판매부진으로 생산감축과 고용축소 등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 
 
자동차업체들의 타격은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현대,기아,르노삼성,GM대우,쌍용차 등 전 메이커가 생존을 위해 고심하고 있고,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에 직면해 있다. 
 
생산량 조절과 경비절감, 구조조정을 통한 인건비 등의 삭감을 진행하면서도 신차 개발을 위한 투자는 계속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한국 최대 자동차업체인 현대차도 최근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종업원, 노조, 협력업체에 협력을 호소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이 서서히 효과를 내면서 한국 자동차업체들이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 생각되지만, 회사의 노력만으로는 위기를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진다.
 
특히, 가장 중요한 두가지 분야, 즉 노사관계와 환율 문제에 있어서는 보다 신중하고도 냉철하게 대응해야 하며 이는 일본의 사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의 자동차시장은 미국이나 일본 등 다른나라에 비해서는 아직은 상황이 좀 나아 보이기는 하지만 신년에 들어와서 경제불황이 보다 더 심각해 진다면 자동차 판매는 훨씬 더 떨어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구조조정에 반대, 파업을 불사하고 있는 쌍용차 노조의 태도는 의아하게 와 닿는다.  
  
 나는 최근의 신문을 통해 이 기사를 접하면서  아시아 통화위기가 한창이었던 1997년 10월 채권단이 기아자동차의 법정관리를 신청했을 때 기아차 노조가 파업에 돌입했던 생각이 떠 올려졌다.
  
그리고 지난 1980년대에 전미자동차노조(UAW Union of Auto Works)가 포드모터에서 스트라이크에 들어가면서 UAW의 한 간부가 포드가 쓰러져도 미국에서의 자동차산업은 결코 없어지지 않는다는 말을 했던 기억도 떠 올려졌다.
 
우리의 직장은 영구히 보존될 수 있을 것이다 라고 말한 적이 있는 UAE의 태도가 현재 빅3가 구제금융을 위해 미국정부에 손을 벌이고 있는 현 시점에서도 비슷하다는 점도...
 
한국의 자동차업체 노조들이 현재와 같은 위기상황에서 과거 UAW가 했던 것과 같은 태도를 보인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로 여겨진다.
 
일본과 중국이라는 거대한  두 자동차 생산국 사이에 끼어 있는 한국 자동차업계의 노조가 이 회사가 망하더라도 우리의 직장은 다른 메이커가  반드시 보존해 줄 것이다’ 라고 말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 않을까? 
 
침몰하는 배 위에서 서로 싸우게 되면 모두 익사하게 되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지금까지는 그러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회사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노사가 협력을 아끼지 않는 문화를 정착시켜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 자동차산업의 미래가 보장되지 못한다. 
  
일본 도요타자동차에서는 과거, 회사의 존망을 건 대규모의 파업이 있었던 이후로 지금까지 50년 이상 파업을 해 본 적이 없다. 
 
70년대의 석유위기와 90년대의 엔고, 그리고 버블붕괴 후의 불황에서도 노사가 굳건히 협력하며 극복해 왔고  이번에 불어닥친 세계적인 금융위기도 노조가 회사에 전면적으로 협력, 위기에 대응해 나가고 있다. 
  
 제조업에 있어서는 최근과 같은 심각한 상황이 아니어도 앞으로는 노사협력 없이는 고품질, 고효율을 유지하기는 어려운 현실로 바뀌어 갈 것이다. 
  
한 때 일본의 공산품들은 조잡하고 품질수준이 크게 떨어져  싼게 비지떡이란  말까지 유행한 적이 있다. 
  
 이랬던 일본제품의 품질수준이 좋아진 것은 70년대 석유위기 이후로 경제가 쇠퇴하고 생산이 급감했던때 부터였다.
 
이때부터 회사 경영진과 노조가 문제의식을 공유하면서 품질개선과 생산성 향상, 비용절감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기 시작했다. 
  
즉, 불황기에 남는 인력과 시간을 시스템 개선과 더 좋은 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는 것이다. 
 
경험상으로 볼 때 중국은 이번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제품의 품질이 크게 향상되고 효율성을 높이는 전환점으로 삼을 것으로 예측되며 중국의 자동차산업도 질적개선이 급속히 진행될 것으로 보여진다. 
  
이렇게 되면 가장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 바로 한국의 자동차산업이다. 때문에 이번 기회에 한국도 노사가 손을 맞잡고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만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음의 비약도 준비할 수 있다고 본다.
 
노사간의 건전하고 발전적인 협력관계를 만들지 않고는 더욱 치열해 지는 생존경쟁에서 살아 남을 수가 없을 것이다.
  
최근 일본 엔화의 급속한 강세로 엔화가 달러화를 따라잡아 마치 엔화가 기축통화가 되어가는 느낌이들지만 최근의 엔화가 실제가치 이상으로 고평가 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일본의 버블붕괴로부터 금융 구조조정 시기를 거쳐 불황이 끝나는 시기까지의 엔화는 실제보다과소평가된 점도 있다. 
 
많은 일본의 전문가들은 최근의 엔화가치 상승세는 견실한 제품만들기에 기초한 일본경제의 탄탄해진 기본체력이 조금씩 인정돼 온 결과로 생각한다.     
  
일본의 엔화는 1940년대 중반, 일본경제가 매우 취약했던 시기에 달러당 360엔 수준으로 결정됐고 이 환율수준은 닉슨쇼크(닉슨대통령의 제안으로 달러당 엔화가치가 240엔으로 대폭 상승된 사건)가 있었던 1971년까지 계속돼 왔다.
 
그 당시의 엔화의 실제 시장가치는 달러당 450엔 정도로 추산돼 왔다.  이같은 환율수준으로는 경제를 발전시킨다는 것은 대단히 힘들었으며, 특히 기술이전과 특허기술의 구입, 소재 및 부품수입 등을 감당하기 무리여서 자체적으로 제품을 개발, 생산해 나갈 수 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부품공급의 자급율을 높이기 위해 노사는 물론, 관민이 일체가 되어 중소기업 육성에 온 노력을 쏟아부었다.
 
이후 소득 배증정책이 시행됐던 50년대에는 겨우 정상적인 수출이 가능하게 되었지만, 이 시점까지 일본의 제품생산에 종사한 사람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불굴의 정신으로 삶을 살아왔다. 
  
 그 후 일본은 고도성장시대에 들어섰고 엔화의 가치도 크게 강해져 실제 가치는 달러당 360엔보다 크게 웃돌았다.

이때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된 엔화가치가 지금까지 갖춰 온 생산체제, 수출체제와 상승작용을 일으켜 수출이 비약적으로 늘어났고 이는 고성장을 촉진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한국에 있어서의 한강의 기적은 바로 이 시기의 일본에 비교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국은 일본의 40년대.50년대 초기와 같은 심각한 환율약세의 경험은 해 보지 못했다. 서울 올림픽 전부터 원화가치는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평가돼 왔다.
 
1997년 아시아 통화위기때도 원화는 가치가 절반수준으로  떨어졌다가 3년도 채 못돼 원상회복했고 이후에 순조롭게 고평가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원화가치는 한국경제가 갖고 있는 실제 체력이상으로 평가되면서 2007년과 2008년 GNP(국민총생산)가  2만달러를 넘어섰지만 한편으로는 원화가치의 고평가 혜택 때문에 제조업의 기초기술 개발과 중요부품의 생산이 자체개발보다 외국으로부터 수입에 의존하게 된 부작용도 낳는 결과를 초래했다. 
 
즉, 기초기술 축적과 제조업 피라미드의 기반을 형성하는 국내 중소부품업체의 육성에 크게 소홀했다는 것이다.
 
원화가치가 높다보니 국내에서 개발하거나 만드는 것 보다는 일본이나 독일 등으로부터 기술도입료를 주고 도입을 하는 편이 더 유리했다는 것이다.
 
세계 각국은 작금의 금융위기 속에서 자국 자동차산업 보호에 적극 나설 태세를 보이고 있다. 때문에 다른 나라로의 완성차 수출은 점점 더 어려워 질 것이다.
 
이런 상황속에서는 모처럼의 원화가치 하락도 수출확대에 기여하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외국으로부터의 기술도입료나 소재 및 부품도입 부담이 크게 높아져 결국 경쟁력이 저하되는 부작용이 우려될 수도 있다.
 
즉, 한국내의 주요 부품과 기초기술 자급율을 높여 놓지 않으면 결국 세계경제가 회복돼 대기수요(PENT-UP DEMAND)가 쏟아져 나온다 하더라도 경쟁국가 수준 이상으로 코스트를 낮추기가 어려워진다.
  
 세계 경제위기가 회복된 후 세계 자동차메이커들의 생존 조건은 세계 자동차시장에서의 쉐어확보 싸움이 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한국은 자동차산업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기초기술과 주요부품을 지금처럼 외국으로부터 사오는 것을 자제하고 스스로 개발, 공급하는 체제를 갖춰야 하며 40.50년대의 일본처럼 위기극복을 위해 회사와 노조, 정부가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 아닌가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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