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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VT가 이렇게 경쾌한 질주를?

  • 기사입력 2012.12.17 08:33
  • 기자명 이상원
 
[오토데일리 이상원기자] 혼다코리아가 주력인 어코드 신형모델을 지난 12일 국내시장에 출시했다.
 
잘 알려진 대로 어코드는 혼다자동차의 주력 중형차로 토요타 캠리와 지존자리를 다투는 글로벌 베스트셀링카다.
 
혼다 어코드는 지난 2005년 국내시장에 출시, 2008년 한 때 연간 약 5천대가 팔리면서 글로벌 베스트셀링카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했었으나 이후 엔고와 제품경쟁력 저하로 올 11월까지는 판매량이 1100대에 그치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에 출시되는 어코드는 9세대 모델로, 기존 8세대와는 여러 면에서 커다란 차이가 있다.
 
우선, 국내에 도입된 신형 어코드는 미국산 제품이라는 점이다.
 
혼다코리아는 엔고로 인한 원가문제 극복을 위해 도입선을 기존의 일본 사이타마공장에서 미국 오하이오 공장으로 바꿨다. 
 
신형 크로스투어와 함께 지난 8월부터 양산에 들어간 신형 어코드는 미국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지난 11월까지 전년 동기대비 무려 38.8%가 증가한 30만2444대가 판매, 시빅. 캠리에 이어 미국 승용차 부문 3위를 달리고 있는 등 예전의 명성을 되찾아 가고 있다.
 
신형 어코드는 혼다차가 총 2억달러(2천270억원)를 투입, 개발했으며 엔진과 변속기 등 파워트레인이 완전히 바뀌었고 특히 하체 부품의 대부분을 알루미늄 재질과 고강도 고장력 강판으로 교체, 차체를 경량화한 것이 특징이다.
 
혼다코리아는 기존에는 2.4모델과 3.5모델 중 3.5모델을 주력으로 내세웠으나 국내의 트렌드를 반영, 2.4모델을 주력으로 변경했다.
 
혼다코리아는 지난 12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신형 어코드 런칭행사를 가진데 이어 곧바로 경주와 포항 호미곶을 잇는 왕복 110km 구간에서 언론 시승회를 가졌다.  
 
신형 어코드는 차체가 기존에 비해 작아진 것과 엔진이 직분사 방식으로, 변속기가 자동 5단에서 CVT(무단변속기)로 바뀌었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엔진배기량을 줄이는 대신 터보차저를 달아 연비를 높이면서도 고성능을 그대로 유지하는 최근의 트렌드인 다운사징 개념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차체 크기를 줄이고 차체 경량화를 통해 연비를 높이고자 했다.
 
실제로 9세대 어코드는 전체 무게가 1515kg으로 종전에 비해 20kg이나 줄었으며 공인연비도 리터당 12.5km(복합연비)로 경쟁모델 들 중 가장 높다.
 
차체 크기는 길이 4890mm, 넓이 1850mm, 높이 1465mm, 휠베이스 2775mm로 전체길이가 70mm 줄고, 넓이는 5mm가 넓어졌으며 높이는 10mm가 낮아졌다. 또 휠베이스도 25mm가 짧아졌다.
 
때문에 외관이 와이드하면서도 안정감이 있어 보인다.
 
휠베이스가 짧아지면 실내 공간도 작아지게 된다. 이같은 점을 우려해 혼다 디자인팀은 실내 크기를 극대화시켜주는 인테리어 디자인을 채택했고 트렁크공간도 기존과 같은 크기를 유지토록 노력했다. 신형 어코드의 외관디자인은 한층 세련되면서도 친숙한 분위기다.
 
C필러 부분이 BMW 신형 3시리즈처럼 매끄럽고 완만하게 뻗어내렸으며 전면과 후면의 엣지라인, 라디에이터그릴, 램프 등의 각진부분을 보다 부드럽고 세련되게 가다듬었다. 
 
A필러의 두께를 얇게 설계, 전방 시야를 넓힌 점도 돋보인다.
 
하지만 리어 휀더와 리어 범퍼 등 주요 라인에는 날카로운 라인을 유지, 공격적인 면을 유지했다.
 
라디에이터그릴 하단과 테일게이트 위에 굵은 크롬라인을 추가했고 LED 헤드램프 및 리어램프와 열선 및 폴딩기능까지 적용된 일체형 턴시그널램프 아웃사이드 미러를 적용, 럭셔리함을 부각시키는데도 노력을 했다.
 
LED 헤드 램프는 HID보다 성능이 훨씬 뛰어나 제네시스나 에쿠스 등 고급차종에만 적용에만 적용되는 사양으로, 동급 차량 중에는 신형 어코드에 유일하게 적용됐다. 
 
신형 어코드 외관 디자인에서 가장 많이 바뀐 부분은 리어 램프다. 현대 제네시스와 비슷한, 나름대로 눈에 익은 친숙한 느낌이 들도록 노력했으나 어코드만의 특별함을 나타내지는 못했다.
 
실내는 휠베이스가 줄어든 만큼 좁을 것으로 짐작했으나 실제는 종전과 별로 차이가 없는 듯하다. 운전석이나 뒷좌석 모두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공간이 넉넉하다.
 
도어트림이나 센터페시아 판넬, 천정 마감재 등은 그랜저 등 동급의 국산차에 비해서는 약간 뒤떨어지는 수준이다. 
 
치솟는 엔고로 인해 아무래도 원가부담을 낮추는데 어려움을 겪은 듯 하다.
 
하지만 스티치를 넣은 가죽시트나 기어박스 주변 및 스티어링 휠, 그리고 대쉬보드 일부에 적용된 고급 우드그레인 등은 여느 럭셔리 세단 못지 않다. 
 
신형 어코드 실내 중 가장 많이 바뀐 부분은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다.
 
기존모델의 경우, 내비게이션과 에어컨 송풍구, 오디오 스위치, 공조시스템 스위치 등이 복잡하게 나열돼 있어 조작이 불편했으나 신형 어코드는 8인치 내비게이션과 큼직한 센터 디스플레이모니터, 에어컨 공조 스위치로 압축시켜 간단하면서도 조작이 편리하도록 설계했다.
 
계기판도 신형 CR-V와 유사한 깔끔한 형태의 새로운 디자인이 적용됐다.
 
여기에 듀얼 존 오토 에어컨, 터치방식의 오디오 스크린, 크루즈 컨트롤, 열선내장 가죽시트, 운전석 8방향 파워 및 메모리 시트 등 독일 럭셔리세단에 적용되는 고급 사양들이 모두 기본으로 적용됐다. 특히, 세계 최초로 적용된 레인워치(Lane Watch) 시스템은 우측으로 차선을 변경할 경우나 우측 차량 접근을 확인하고 싶을 때 센터페시아 중앙에 있는 8인치 대형 화면 통해 사각지대 볼 수 있어 안전 운전에 큰 도움이 된다.   또, 2.4 주력모델부터 적용되는 후방카메라도 멀티 앵글 카메라를 통해 터치스크린으로 3단계로 확인할 수 있는 구조로 주차시에 많은 도움이 된다.
 
신형 어코드에 적용된 한국형 내비게이션은 현대모비스 제품으로 아이나비 맵을 사용했다. 이 내비게이션은 손쉬운 기능 전환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닛산 알티마나 캠리 등에 적용된 스마트폰 연동기능이 제외된 것은 시대의 흐름에 뒤쳐졌다는 느낌이다.
트렁크공간도 골프백 4개가 들어갈 정도로 충분히 넓다. 하지만 후드 흡음재와 트렁크 바닥 마감재는 수준이 다소 떨어진다.  
 
2.4모델과 3.5모델 공히 전자식 브레이크나 풋 브레이크 대신 종전과 같은 핸드 브레이크를 고집한 점도 아쉽다.
 
안전사양은 운전석과 동반자석 프런트 에어백, 사이드 에어백, 커튼 에어백 등 총 6개가 운전자와 승객을 보호해 준다. 신형 어코드에 적용된 에어백은 북미사양과 같은 최신형 어드밴스드 에어백이지만 기능면에서는 4세대보다 약간 뒤진다. 
 
이 외에 차체자세제어장치인 VSA와 급제동 경보시스템인 ESS< 경사로 밀림 방지장치인 HSA, 도난 방지방치인 이모빌라이저, 4센서 전후방 주차보조시스템 등 웬만한 안전장비와 버튼시동키가 모두 기본으로 적용, 사양 면에서는 기존모델보다 훨씬 충실해졌다.
 
시승은 3.5 V6 모델과 2.4 고급형인 EX-L등 두가지가 준비됐으며 먼저 3.5 V6모델을 시승했다.
 
3.5 V6모델에는 개선된 3.5 V6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됐다. 이 엔진은 최고출력이 282마력, 최대토크가 34.8kg.m로 기존대비 7마력, 02kg.m가 향상됐다.
 
변속기는 기존 5단 대신 6단 자동변속기로 교체됐다. 
 
그런 만큼 가속성능이 매우 탁월하다. 한 번의 가속으로 쉽게 시속 100km를 돌파한다. 속도를 높이는데 있어 조금의 망설임도 없다.
 
시속 160km대까지 속력을 올리는데도 좀처럼 2500rpm을 넘지 않는다. 가속성능이 기존보다 빨라졌고 성능이 다듬어졌다는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시속 180km대의 속력에서는 약간의 차체 불안감이 느껴진다.
 
기존 차량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불안감이다. 출력은 높아진 반면, 차체 크기가 줄어들면서는 오는 불안감은 아닐까? 
 
좀더 경제적인 운전을 원한다면 스티어링 좌측에 위치한 에코 스위치를 누르면 된다.
 
핸들링은 편안하고 안정감이 있으면서도 반응성이 매우 좋다. 약간의 움직임에도 민첩하게 움직여 준다. 유압식 스티어링 방식에서 신형에서는 고속주행에 맞는 전자식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V6 엔진은 혼다가 자랑하는 기통 휴지시스템이 적용, 일정 조건 하에서 실린더를 3기통, 6기통으로 가변 제어, 엔진 효율성을 높여주는 VCM 시스템이 적용됐다.
 
고속에서의 실내 정숙성은 기존에 비해 많이 개선됐다. 루프와 후드, 휀더 부근 등 차체 전체에 흡차음재를 많이 적용했고 특히 실내로 유임되는 부밍 소음을 최소화 시켜주는 ANC(Active Noise Cancellation) 적용 덕분이라는게 혼다 관계자의 설명이다.
 
ANC는 기존에는 3.5모델에만 적용됐었으나 신형에는 2.4모델까지 확대 적용됐다.
승차감은 기존에 비해 부드럽고 안락해졌다. 스프링 댐퍼를 좀더 부드럽게 잡아주는 구조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신형 어코드는 무게를 줄여 연비를 높이기 위해 전륜 서스펜션을 더블위시본 대신 무게가 가벼운 맥퍼슨으로 교체했다. 때문에 기존 어코드의 다이나믹한 운전감각이 다소 무뎌 진 것도 사실이다.   약 60km 가량을 주행한 결과 실 주행연비는 리터당 9.1km 정도. 평가를 위해 고속주행으로 일관한 점을 감안하면 공인연비에 가까운 수준이다. 
 
좀 더 눈여겨 봐야 할 모델은 판매를 주도하게 될 2.4 EX-L모델이다. 2.4 모델은 현대차 등이 채용하고 있는 직분사(GDi) 방식의 4기통 엔진으로 최고출력은 188마력, 최대토크는 25.0kg.m로 기존대비 8마력과 2.4kg.m가 향상됐다.
 
여기에 기존 5단 자동변속기 대신 CVT(무단변속기)가 조합됐다. 혼다차의 경우, 전통적으로 자동변속기를 선호해 왔으나 이번 9세대에서는 닛산 알티마와 같은 CVT로 바뀌었다.
 
CVT 기술은 닛산차가 가장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혼다차 역시 2륜차를 통해 CVT 기술을 꾸준히 축적해 왔다.
 
CVT는 연비가 좋은 대신 자동변속기에 비해 변속 타이밍이 늦고 다이나믹한 주행성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게 흠으로 지적돼 오고 있다.
 
어코드에서의 CVT는 과연 어떤 성능을 발휘할까? 어코드의 반응은 예상 외다. 변속타이밍이 매우 빠르고 치고 나가는 느낌이 탁월하다. 
 
혼다 CVT는 가속성능이 꾸준하게 올라가 전 속도 영역에서 충분한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충분한 가속성능을 발휘한다.
 
오히려 3.5모델보다 더 다이나믹하고 경쾌한 주행성능을 발휘한다는 느낌이다. 속도가 붙을 수록 더욱 탄력적인 주행성능을 보여준다.
 
민첩하게 돌아가는 코너링 능력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그런데 60km를 주행한 실 연비가 9.5km로 10km를 넘지 못해 공인연비인 12.5km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2.4 CVT모델은 주행성능은 만족스럽지만 정작 연비에서는 다소 불만스럽다. 혼다차의 9세대 신형 어코드는 성능이나 디자인 등 모든 면에서 많은 변화를 시도했다. 무난한 디자인에다 괜찮은 성능과 비교적 좋은 연비 등 전체적으로는 크게 나무랄 데가 없다.  
 
하지만 먼저 출시된 토요타 캠리나 알티마 처럼 평이한 변화에 그쳤을 뿐 혁신적으로 변화된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요즘의 많은 소비자들은 좀 더 특별한 신차를 원하고 있다. 좀 더 과감한 변신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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