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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가 경차? 소형차보다 무겁고 SUV보다 높아···Co2 배출량도 많아

  • 기사입력 2012.03.26 09:23
  • 기자명 이상원


[오토데일리 이상원기자]최근 국내 모 언론에 기아자동차의 경차 레이에 관한 웃지 못할 헤프닝이 소개된 적이 있다.
 
기아차로부터 레이를 구입, 가족들을 태우고 식사를 하러 갔다가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 근처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웠는데 주차 관리원이 주차비를 제 값을 다 달라고 했다는 것.
 
차량 주인은 당연히  이차는 경차라고 설명을 하면서 경차인데 왜 할인을 안해주느냐고 항의했더니  주차관리원은 멀쩡한 사람이 대체 왜 그러냐며 주차비가 몇 푼이나 한다고 그런 덩치 큰 차를 몰고 와서 경차라고 우기냐고 큰 소리를 치더라는 것이다.
 
한동안 멱살잡이에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 경차등록을 보여주고 난 뒤에야 사태가 해결됐다.
 
레이는 큰 덩치와 무게 등 무늬만 경차인 덕분에 앞으로 경차혜택을 받는 문제로 곳곳에서 이같은 실랑이가 벌어질 전망이다. 
 
기아차가 레이를 개발하면서 경차 기준을 교묘히 악용, 실제로는 소형이나 준중형차와 같은 기형적인 경차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정하고 있는 경차(輕車)는 말 그대로 '가벼운 차'를 뜻한다. 크기나 무게, 배기량은 물론, 가격대까지 저렴한, 모든게 가벼운 차가 바로 경차다.
 
우리나라 경차는 지난 1991년 당시 대우자동차가 진짜 경차 티코를 내 놓으면서 경차시대가 열렸다. 이후 마티즈 등 후속 경차를 내놓은 대우자동차는 아토스와 비스토를 내놓은 현대.기아차를 압도적으로 앞서며 경차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했다.
 
경차시장에서 턱없이 밀리던 현대.기아차는 경차 규격을 높이는 방안을 정부측에 끈질기게 제시했으며 결국, 정부는 2008년부터 배기량을 기존 800cc 미만에서 1000㏄미만, 길이 360㎝, 폭 160㎝, 높이 200㎝ 이하로 확대했다.
 
당시 1000cc급 엔진 개발 계획이 없었던 대우차는 거세게 반발했으나 경차기준 확대는 강행됐다. 이후 기아차는 2009년 현재의 1000cc급 경차 모닝을 출시했고 덕분에 경차시장의 60% 이상을 장악하게 됐다.
 
경차 왕국이라 불리는 일본의 경우, 경차기준이 배기량 660㏄미만, 길이 340㎝, 넓이 148㎝, 높이 200㎝ 이하로 우리나라의 첫 기준치보다 배기량이나 크기가 훨씬 적다.
 
실제로 우리나라 경차 크기라면 세계 각국에서는 '경차'가 아닌 ‘미니 카’ 혹은 ‘시티 카’라고 부른다.
 
이는 경차보다는 훨씬 큰 차라는 개념으로, 스마트나 BMW 미니같은 차로 경차와는 확실히 다른 개념이다.
 
기아차는 여기에 한술 더 떠 이번에는 소형차보다 더 무게운 레이라는 경차를 만들어냈다.
 
레이는 어느면으로 보나 경차로 보기 어려운 차량이다.
 
레이는 길이 3595mm, 넓이 1595mm, 높이 1700mm, 배기량 998cc로 정부가 정해놓은 경차기준을 맞췄으나 경차 기준이 없는 무게나 CO2 배출량 등에서는 소형차나 준중형차보다 높다.
 
실제로, 레이의 높이(1700mm)는 자사의 소형 SUV 스포티지의 1635mm보다 65mm나 높은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승용 및 SUV 차량 중 가장 높다.
 
덕분에 공차중량도 1천42kg(바이퓨얼)으로 현대 소형차 엑센트의 1천40kg보다 무겁고 자사의 소형차 프라이드 1.4모델(1천50kg)과 비슷하다.
 
같은 경차로 분류된 레이보다는 97kg, 쉐보레 스파크보다는 132kg이나 무겁다.
 
경차혜택의 핵심이 되는 Co2 배출량과 연비에서도 레이는 경차와는 거리가 멀다.
 
 레이 가솔린모델의 CO2 배출량은 km당 137g으로 현대 엑센트 1.4모델의 130g, 기아 프라이드 1.6ISG의 133g보다 훨씬 높다. 특히, 같은 경차 모닝의 123g보다는 무려 14g이나 높은 수준이다.
 
레이의 연비수준도 리터당 17km로 엑센트 1.6모델의 리터당 16.7km와 비슷하며 특히 배기량이 1600cc인 엑센트 디젤1.6모델의 23km보다는 무려 6km나 낮다.
 
또 배기량 1400cc급인 프라이드 1.4모델의 16.1km와 0.9km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구입가격에서도 레이는 서민지원용이라는 경차 본래의 취지를 크게 벗어나 있다.
 
레이의 기본 가격은 1천240만원으로, 비싼 경차 정도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준중형인 포르테보다 비싸다.
 
레이의 판매가격에는 소형급 이상 모든 차량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 5%-10%가 제외돼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소형차급 이상 차량에 비해 판매가격이 훨씬 비싼셈이다.  
  
기본가격이 1천240만원인 레이 디럭스모델은 개별소비세 5%가 더해지는 점을 감안하면 기본 판매가격이 1천302만에 달한다. 
 
여기에다 옵션 사양으로 적용되고 있는 14인치 휠(20만원), 인조가죽시트(15만원), 히팅 및 가죽 스티어링 휠. 변속기 노브(15만원), 전동식 아웃사이드 미러(15만원)를 추가하면 무려 1천367만원에 이르고 있다. 
  
최고급인 프레스티지모델은 기본가격 1천495만원에 내비게이션(90만원)과 패밀리 패키지(50만원), 그리고 개별소비세 5%를 고려하면 무려 1천700만원을 넘어서고 있다.
 
이 모델은 자동변속기와 버턴시동까지 적용된 포르테 럭셔리모델(1천722만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결국, 레이는 경차의 모양세만 갖춘 럭셔리 소형 또는 준중형차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업체들의 약용을 사전에 막기 위해서는 경차 기준을 크기와 배기량 뿐만 아니라 차량 무게, Co2 배출량, 높이 등 세부적인 부분까지 규제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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