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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과 따로 노는 정비 공임·표준시간…“코미디 보는 것 같아”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제도, 상당한 진통 전망

  • 기사입력 2015.01.09 18:00
  • 최종수정 2015.01.12 07:50
  • 기자명 신승영 기자

[오토데일리 신승영 기자] 주요 정비 작업별 공임 및 표준정비시간이 공개됐다. 자동차관리법 개정안 시행 첫 날인 8일과 9일 정비 서비스 현장을 직접 살펴봤다.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에 따르면 정비사업자단체는 표준정비시간을 인터넷 및 인쇄물로 알리고, 정비업자는 주요 작업에 대한 시간당 공임과 표준정비시간을 사업장 내 게시하도록 규정했다.
 
정부가 부품가격에 이어 공임 및 정비시간을 공개하는 이유는 자동차 수리비 견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 수입차 정비업계 “국산차 기준 맞춰…전혀 맞지 않아”  
 
수입차 공식 서비스센터 대부분이 접수 로비와 고객 대기실 등에 주요 작업별 표준정비시간과 시간당 공임표를 내걸었다. 모두 한국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연합회(이하 Carpos)로부터 지급받거나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내려받아 작성한 내용이다.
 
한 독일 브랜드 서비스 관계자는 “국산차 기준으로 작성됐지만 일부는 독일차보다 시간 및 공임이 높다”며 “현장과 전혀 맞지 않아 참고할 필요조차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브랜드 관계자는 “아직 정비조합(KAIMA)으로부터 관련 내용을 받지 못했지만, 설사 받더라도 무용지물이 될 것이 뻔하다”며 “마치 무슨 코미디를 보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일부 브랜드의 경우는 공임을 공개하지 않았다. 한 일본 브랜드 서비스 담당자는 “(공임 공개에 대한 개정안을)알고 있지만, 알려줄 수 없다”고 답했다. 해당 브랜드에서는 “정부 계도 기간 내 홈페이지 정보 공개를 비롯해 완벽한 준비를 마칠 것”이라며 “근시일 내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수입차 정비업계는 국산차 중심의 내용과 기준이 현실과 상당부분 동떨어진다는 평가다.  
  
수입차는 차량 구조가 복잡하고 전용 진단 장치 등을 사용해야 하기에 정비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된다.
 
단순한 서비스도 브랜드마다 규정된 메뉴얼이 다르다. 엔진오일 교체 시 전용 장비를 사용한 잔유제거 작업이 의무적인 곳부터 타이어 장착 시 기계 작업 후 반드시 렌치로 수작업 마무리를 규정화한 브랜드도 존재한다. 국산차와 작업별 표준정비시간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시간당 공임에 대한 반응도 제각각이다. 슈퍼차저 및 터보차저 기술을 바탕으로한 다운사이징 엔진은 배기량이 작지만, 프리미엄 고급차종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배기량을 기준으로 공임을 구별하는 것은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결과적으로 독일 브랜드들은 배기량 구분없이 일률적인 시간당 공임을 적용했다. 고배기량 차량이 많은 미국과 일본 브랜드만 반기는 입장이다.
 
배타적인 전국자동차검사정비사업조합연합회(이하 KAIMA)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국토교통부로부터 작업별 표준정비시간 산출 및 배포를 의뢰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조합에 가입되지 않은 정비사업장에게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수백만원의 가입 비용 내고 현실과 맞지 않는 정보를 사서 작업장에 표시하라는 것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 국산차 정비업계 “수리 거부·공임 담합 등 조장할 수도...”
 
국산차 업체들은 규모와 등급에 따라 반응이 달랐다. 
 
직영 서비스센터 또는 1급 정비센터는 시행 이틀째인 9일 오후부터 벽보 게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직영 서비스센터와 1급 정비센터가 늦은 이유는 작업별 표준정비시간을 오늘에서야 전달받았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 시행에 앞서 KAIMA와 Carpos에 작업별 표준정비시간 산출을 의뢰했다. 이 중 1·2급 정비업체를 대표하는 KAIMA에서 표준정비시간 산출이 늦었다. 직영 서비스센터와 1급 정비센터들은 늦어도 오는 12일(월)까지 벽보 게시 등 알림 작업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역시 즉각적인 단속에 앞서 일정 계도 기간을 거칠 예정이다.
 
일반 협력 서비스센터는 시행일에 맞춰 시간당 공임과 표준정비시간을 게시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 배치하는 사례가 태반이다. 일부 업체들은 시간당 공임을 적지 않고 비워뒀다.
 
국산차 정비업계는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할 경우 더 많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정비업자마다 실력이 다르고 장비 및 시설 규모도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표준정비시간을 적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만약 정부에서 규제 및 단속을 강화할 경우, 실력과 규모를 갖춘 서비스센터에서는 이윤이 남지 않는 정비·수리에 대해 ‘고객 거부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역별로 업체 간 시간당 공임을 동일하게 적용하는 ‘가격 담합’도 우려했다. 시간당 공임을 높게 책정한 뒤, 할인 및 서비스 등을 제공할 경우 사실상 실효성이 전무하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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