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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비 좋다' 뽐내던 유럽 디젤차, 슬그머니 연비 내린 이유는?

  • 기사입력 2015.01.09 18:30
  • 최종수정 2015.01.12 11:08
  • 기자명 이다일 기자

[오토데일리 이다일 기자] 지난해 국토부가 자동차 공인연비의 사후 검증을 강화하자 일부 수입자동차가 신모델을 내놓으며 연비를 소폭 내렸다. 업계는 엔진변경, 인증방식 차이 등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그간 과장했던 연비를 소리 없이 조정하는 절차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9일 오토데일리가 조사한 수입차 연비 변동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신차를 내놓은 수입차업체 가운데 연비 개선을 위한 경량화, 신형 엔진 도입 등을 추가하고도 오히려 연비가 하락한 브랜드는 총 3곳으로 나타났다. 수입사 기준으로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와 비엠더블유코리아 2곳이다.

▲ 2014년 연비를 낮춘 수입차 / 자료=오토데일리, 각사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지난해 신형 제타를 출시하면서 1.6 디젤 모델을 삭제했다. 일부 연비 개선품 등을 추가한 연식변경 모델의 출시였음을 감안하면 1.6 모델의 삭제는 석연치 않았다. 폭스바겐 관계자는 “1.6 모델의 수입은 중단하고 향후에는 2.0 모델이 대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공인연비 19.1km/l로 그간 폭스바겐의 높은 연비를 강조했던 제타 1.6 모델의 단종에 대해서 명확한 설명은 없었다.

 함께 출시한 폭스바겐 제타 2.0 TDI 프리미엄 모델 역시 연비가 하락했다. 폭스바겐은 경량화와 정차시 엔진을 정지하는 ISG 등의 부품을 추가했지만 오히려 연비는 0.5km/l 하락한 15.5km/l라고 밝혔다.

 엔진과 변속기, 플랫폼을 공유하는 아우디와 폭스바겐에서는 유럽 공인연비는 동일하지만 국내 도입 차종의 연비는 시기에 따라 다른 경우도 발생했다. 2014년 발표한 차종의 연비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공인연비 25.6km/l로 동일한 폭스바겐의 골프 1.6과 아우디 A3 1.6은 우리나라에서는 각각 18.9km/l와 16.8km/l로 다른 공인연비를 신고했다. 2013년 6월 출시한 폭스바겐 골프에 비해 2014년 5월 출시한 아우디 A3는 11% 가량 연비가 줄었다. 같은 현상은 2.0리터 엔진을 장착한 폭스바겐 골프와 아우디 A3에서도 일어났다. 모두 2014년 출시한 차가 연비가 낮게 나왔다.

 BMW는 유럽에서 신형 엔진을 적용하며 연비가 올라갔지만 국내 출시 모델은 오히려 내려갔다. BMW가 지난해 10월 출시한 신형 520d는 구형에 비해 유럽에서는 22.2km/l에서 24.4km/l로 10% 가까이 향상됐지만 국내에서는 16.9km/l에서 16.1km/l로 4.7% 감소했다. 이같은 현상은 사륜구동 모델인 520d xDrive에서도 발생했다. BMW코리아 이용석 매니저는 “어떤 이유에선지는 모르겠지만 기존과 동일한 과정으로 연비 인증을 받았고 1등급 연비에 해당하기 때문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진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국토부가 연비 사후검증을 강화하자 자동차 업계가 보수적인 공인연비 수치를 신고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또, 기술 개선 등으로 연비가 오히려 상승해야 하는 상황에도 반대로 연비가 하락하는 것은 기존 모델을 구입한 소비자를 기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FTA로 인해 수입차의 공인연비 인증이 자체 실험한 서류만 제출해도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악용하던 일부 업체가 사후검증을 우려해 모델 변경 등을 이유로 연비를 소리 없이 정정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한국-EU FTA이후 자동차는 ‘상호인증제도’를 이용해 자체 실험 결과를 신고해 공인연비로 인정받을 수 있다.

 한편,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의 공인연비 사후검증 과정에서 연비를 과장한 것으로 확인된 아우디, 폭스바겐, 크라이슬러, BMW는 최근 300만원에서 400만원 사이의 과태료를 부과 받았다. 납부 마감은 1월 말일까지이며 60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폭스바겐코리아 고재용 차장은 “며칠 전 과태료 통지를 받았으며 본사와 협의해 납부 여부와 시점 등을 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고 아우디코리아의 한동률 차장도 “(납부 여부에 대해)아직은 정해진 것이 없으며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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