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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8개월만 판매합니다" 폭스바겐 투아렉의 진실

  • 기사입력 2015.01.26 14:52
  • 최종수정 2015.01.27 12:41
  • 기자명 이다일 기자

[오토데일리 이다일 기자] 폭스바겐코리아가 신차 ‘투아렉’을 내놓고도 뭇매를 맞고 있다. 파워트레인이 ‘유로5’ 기준이기 때문이다. 유로5는 2009년 시행을 시작해 유럽에서는 이미 종료됐다. 유로6를 팔고 있다. 우리나라는 올 9월부터 모든 신차가 유로6 기준을 충족해야한다.

▲ 폭스바겐 투아렉의 엔진룸
▲ 신형 폭스바겐 투아렉

 추측컨대 폭스바겐코리아는 몇 가지 이유 때문에 유로5 파워트레인을 다시 사용한 걸로 보인다. 첫째는 경제성. 유로6 기준을 맞추려면 촉매 등을 추가하며 100여만원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 유로6로 파워트레인을 개선하면 차 값이 오른다. 경쟁력이 떨어진단 얘기다. 둘째는 신속성. 요즘 가뜩이나 까다로운 배출가스, 소음, 연비 등의 인증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2011년 인증 받은 그 차의 것을 그대로 사용해도 된다. 현행법이 그렇다. 게다가 같은 그룹사의 포르쉐코리아가 같은 형식 엔진을 사용한 카이엔 디젤을 들여오며 인증 과정에 고생을 했다. 예상보다 인증이 늦어져 석 달 늦게 판매를 시작했다. 심지어 역시 같은 그룹의 아우디 A6는 작년 연비과장으로 산업부에서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모두 3.0리터 폭스바겐그룹의 디젤 엔진을 두고 일어난 일이다.

 ‘신차’를 출시하면서 파워트레인을 바꾸지 않은 사례는 충분히 많다. 현대자동차의 쏘나타도, 기아자동차의 카니발도 그랬다. 토요타의 신차들도 완전 신차를 개발하고도 기존의 파워트레인을 사용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트렌드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파워트레인의 개발, 변경 주기와 신차출시의 주기가 동일하지 않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자동차가 모듈화되며 일어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같은 엔진을 적게는 서너 개, 많게는 수십 개의 차종에서 사용하면서 신차를 내놓을 때마다 신형 파워트레인을 선보일 수는 없다.

 하지만 이번 폭스바겐코리아의 ‘투아렉’은 사정이 다르다. 유럽에서는 신차에 맞춘 신형 유로6 파워트레인을 선보였고 판매한다. 우리나라만 유로5 구형 파워트레인이다. 일각에서 ‘재고떨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 폭스바겐 투아렉의 배출가스 인증 스티커
▲ 폭스바겐 투아렉의 산업부 공인연비 표시 스티커. 기존과 동일하다.

 이런 상황이 일어난 데는 우리나라 친환경차량 관리 제도의 문제도 있다. 유럽 등에 비해 유로6의 도입이 늦었다. 그러니 물흐르듯 팔다 남은 유로5 파워트레인은 우리나라로 넘어올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은 2009년 유로5 도입 당시에도 똑같이 벌어졌다. 같은 차를 두고 유로4로 인증을 받고 몇 달 뒤 다시 유로5 인증을 받는 상황이 벌어졌다. 해외에서 판매가 중단된 유로4 차를 우리나라에서는 팔 수 있었다. 피해는 소비자가 고스란히 입었다. 유로4는 분기별로 몇 만원씩 부과되는 ‘환경개선부담금’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제도가 기술을 이끌어내는 것이 친환경 분야다. 유럽 각국은 기준을 강하게 만들고 자동차 회사는 이를 달성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우리나라는 유로6도 대응이 늦었다. 작년에는 환경개선부담금을 폐지하고 새로운 제도를 만들려다가 중단됐다. 국산차는 이제서야 유로6 모델을 내놓기 시작했다. 일부 유럽의 프리미엄 브랜드가 2013년부터 유로6 기준을 만족시킨것과 비교된다.

▲ 폭스바겐코리아는 신형 투아렉을 출시하고 26일 미디어를 대상으로 발표회를 열었다.

 올해부터 내놓는 신차는 유로6를 적용해야한다. 기존에 나온 차들은 올 9월까지 유로5로 판매할 수 있다. 유로5와 유로6가 뭐가 그리 중요할까하는 생각도 있겠지만 앞으로 8개월만 판매하고 사라질 엔진과 변속기를 구입하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환경문제는 차치하고 7720만원~9750만원의 비싼 차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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