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기자수첩] 기아 K9, 아무리 안 팔려도 이런 마케팅은 하지 맙시다

  • 기사입력 2015.03.11 16:49
  • 최종수정 2015.03.13 08:20
  • 기자명 이다일 기자

[오토데일리 이다일 기자] 평소 자주보는 자동차 웹사이트 게시판에 멋진 사진이 올라왔다. 기아자동차 ‘K9 퀀텀’이 화려한 야경과 어우러져 있었다. 한 눈에 봐도 예사로운 사진은 아니다. 바닷가와 서울 한강 다리를 배경으로 한 멋진 사진은 고화질로 게시판에 등록됐다. 글쓴이는 아이디 ko***의 네티즌으로 보인다.

 어디에서 이런 멋진 사진을 구했을까. 정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고화질 사진을 올리다보니 원본 파일명이 그대로 살아 있다. 파일명에는 ‘[김학리 실장]K9 Quantum 촬영컷 High Res.jpg’라고 되어있다. 조금 검색해보니 기업 홍보사진을 전문으로 하는 작가로 추정된다. 현대차그룹 사보 사진도 여러 차례 촬영한 기록이 있다.

▲ 인터넷 자동차 관련 커뮤니티에 올라온 기아자동차 K9 바이럴 마케팅 게시물 가운데 일부.

 또 다른 자동차 커뮤니티를 방문했다. 역시 같은 K9 퀀텀 고화질 사진이 올라와 있다. 게시자가 똑같다. 글의 순수성이 의심된다. 검색엔진으로 확인해보니 같은 사진을 사용한 게시물에 제목이나 본문 첫줄에는 ‘K9’, ‘퀀텀’, ‘고화질’라는 단어가 반드시 들어갔다. K9 퀀텀과 관련된 게시물을 올린 몇 개의 아이디로 검색해보니 쏘렌토 위장막, 쏘렌토 엔진룸 물새는 현상, K9 퀀텀 출시처럼 기아차의 굵직한 이슈에 대한 글만 작성한 아이디들이었다. 말로만 들었던 이른바 ‘바이럴 마케팅’이다.

 바이럴 마케팅은 쉽게말해 ‘구전효과’를 노리는 기법이다. 제품을 사용하고 좋다는 평가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것을 바이럴 효과라고 한다. 그런데 인터넷에서는 이 과정이 왜곡됐다. 말이 좋아 바이럴 마케팅이지 실제로는 소비자 기망 행위이며 여론 조작, 댓글 조작이다.

 몇 해 전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나왔던 국정원의 ‘댓글공작’ 사건도 이처럼 웹사이트에 게시물이나 댓글을 의도적, 집단적으로 작성했다. 그리고 최근 유죄 판결을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추천, 보증 등에 관한 표시, 광고 심사지침’을 통해 이 같은 방안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비슷한 사례로 작년 일부 자동차 회사들이 은밀하게 파워블로거를 활용해 마케팅을 진행하다 철퇴를 맞았다. 그런데 불과 반년도 지나지 않아 소비자를 현혹하는 글이 인터넷에 올라오고 있다. 그리고 유독 기아자동차 K9 퀀텀이 눈에 띈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기아차의 이 같은 게시물을 수상하게 여긴 운영자 혹은 회원이 ‘광고성 글’이라고 지적하자 삭제 조치했다. 게시물을 작성한 아이디는 정지됐다. 회원들은 “너무나 단순하고 티나게 광고성 글을 도배해 불쾌하다”고 밝혔다.

 기아차가 K9 퀀텀의 고화질 사진으로 진행한 ‘마케팅으로 추정되는 사건’은 별다른 호응도 얻지 못하고 오히려 네티즌의 불쾌함만 일으켰다. 작년 11월 K9에 ‘퀀텀’이라는 이름을 붙여 신차를 발표한 이후 이처럼 네티즌을 조롱하는 듯 거친 마케팅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그때마다 온라인 게시판의 반응은 싸늘하다. 차가 안 팔리는 기아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홍보나 마케팅의 방법론이 너무나 거칠다는 얘기다.

 기아차 K9 퀀텀은 올해 2월까지 825대가 팔렸다. 쏘울과 카렌스가 있어서 꼴찌에서 3등이지만 동급이라고 주장했던 수입 세단들이 월간 수백 대씩 팔리는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숫자다. 그래도 기아차를 위로하자면 비록 거친 마케팅 덕택인지 모르겠지만 작년 내내 판매한 K9이 겨우 883대였다는 사실을 상기해본다. 단도직입적으로, 안 팔리는 차 팔려는 뜻은 좋지만 온라인 게시판에서 소비자를 현혹하지는 말아야한다. 거칠고 황당한 꼼수에 소비자는 등을 돌린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