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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시대, 車산업 모든 게 바뀐다.’ 업체들 생존 전략은?

  • 기사입력 2020.06.09 10:22
  • 최종수정 2020.06.09 11:07
  • 기자명 이상원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 세계 산업분야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 세계 산업분야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비대면의 일상화는 자동차 생산과 유통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며 향후 전개될 자율주행, 전동화 역시 이전에 비해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여진다.

이런 가운데 동아시아재단이 발행하는 ‘정책논쟁’은 ‘포스트코로나시대 자동차산업의 변화와 생존 전략’을 제시, 주목을 끌고 있다.

동아시아재단 정책논쟁은 한국의 주요 대내외 정책 현안의 본질을 중장기적 시각에서 분석하고 전략적 논쟁을 활성화하여 정책에 대한 지적 소통과 해결 능력을 제고하기 위한 토론의 공간이다.

 

‘포스트 코로나시대 한국의 자동차산업: 혁신과 상생을 위한 전략’

(김태년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운영위원장)

 

자동차산업은 코로나로 인해 지금까지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는 어려운 길을 가고 있다. 산업을 지탱하는 공급과 수요 두 축이 동시에 무너진 전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때는 내수가 50% 가량 줄었고 2009년 글로벌 경제위기 때는 수출이 20% 감소한 것 외에는 공급측면의 문제는 전혀 없었고, 위기 이듬해 수요가 완전히 정상을 회복했었다.

금년 2월초 코로나19가 국내에 상륙했을 때만 해도 코로나는 중국 우한시와 중국내의 한정된 감염병 정도로 인식했고 국내 자동차산업과는 무관할 것이라 간과했었다.

그러나 중국 전역으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되어 산동반도에 위치한 40여개 와이어링하니스 생산공장들이 일시에 가동중단하면서 국내 자동차업체들의 생산에 급제동이 걸렸다.

■코로나19가 자동차산업에 남긴 과제

기업들이 원가 절감을 위해 와이어링하네스 생산물량을 국내에 일부만 남기고 80% 이상을 중국 현지공장으로 옮긴 결과였다. 와이어링하네스는 소량 다품종의 저가품이면서 수작업공정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인건비가 싼 중국으로 생산을 이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동차는 일반 전자제품이나 소비재와 달리 3만여 개 부품이 정밀하게 결합되어 최적의 성능을 발휘하고 안전 및 환경기준을 충족하게 되는데, 일괄 생산라인에서 단 한 개의 부품이라도 공급되지 않으면 전 생산공정이 중단될 수 밖에 없다.

조달되지 않는 부품을 제외하고 자동차를 반제품 상태로 조립해 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산업은 다층구조의 생태계산업으로서 이를 둘러싼 전후방 연관산업이 매우 광범하고 1차, 2차, 3차 등 9,000여개 협력업체들이 긴밀히 연계되어 있다.

이들 중 어느 한 부문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생태계 전반으로 확대되며, 그 영향은 2차, 3차 등 하부조직으로 갈수록 악화된다. 그래서 완성차업체 보다는 부품업체가, 대형 부품업체 보다는 중소 부품업체가 그 고통을 더 느끼게 된다. 상대적으로 중소기업에 고용과 자금운용에 압박이 더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자동차업계는 글로벌 아웃소싱 및 밸류체인(GVC) 문제를 심각하게 재인식하게 되었다.

소위 도요타의 린 생산방식과 적기(JIT)공급은 코로나19와 같은 글로벌 팬데믹 하에서는 기업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글로벌 공급망(Supply chain)을 탄탄하게 구축하였더라도 체인의 어느 한 부분에 장애가 발생하면 이를 대체할 공급업체를 찾기도 어려울뿐더러, 찾았다 하더라도 제품에 실제 적용까지 상당기간의 실증테스트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공급선을 짧은 기간내 전환하기란 쉽지 않다.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단기전략

최근 코로나19가 유럽과 미국으로 확산되면서 유럽 공장들이 4월 들어 가동중단에 들어가 컨트롤러, 미션, 터보차저, 전장품 등 주요부품들의 공급이 4,5월에 부분적으로 중단되면서 국내 자동차업체들이 5월 들어 보름 정도 조업을 중단하였다.

자동차업계의 1일 조업중단시 평균 약 1.6만대의 생산차질이 발생하므로 2월 이후 코로나 사태로 인해 금년도 국내 자동차 총생산은 50만대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4월 들어 미국과 서유럽의 자동차 수요가 각각 47%, 80% 급감하면서 수출 위주의 우리업체들은 치명타를 입고 있다.

내수는 개별소비세 70% 감면과 공공기관 선구매 등의 조치로 증가를 보였지만 해외수요 급락은 통제할 수 없는 요소이기 때문에 국내생산은 물론 우리업체의 해외생산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결과 4월달 자동차 수출은 전례없이 44% 감소했다.

이러한 생산과 수출 감소는 완성차업체의 매출감소 뿐만 아니라 1~3차 협력업체들에게 경영악화와 유동성 위기를 가져오고 있고, 전후방 연관산업까지 악영향을 끼쳐 국가 경제 전체에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자동차산업이 생산과 고용, 수출 면에서 국가경제에 11% 이상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적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동차업체들은 우선적으로 JIT와 GVC의 균형, 생산원가와 GVC의 관계 재정비, GVC가 붕괴되었을 때의 대안 등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별 검토가 필요하고 이를 여하히 해결하는가가 앞으로 닥칠 예상 못한 팬데믹을 대비하는 방안이 될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은 미국업체와 일본업체가 상대적으로 잘 구축하고 있다. 미국은 주로 북미에 부품공급기반을 구축하였고, 일본은 2016년 동일본 지진 이후 주로 동남아 각국에 현지화를 함으로써 글로벌 밸류체인을 장기간에 걸쳐 탄탄히 구축하였다. 반면 우리 업체들은 현지 동반진출로 생산 클러스터(Cluster)를 형성하는 전략을 펴왔다.

중국의 코로나19 사태에도 일본 등 우리의 글로벌 경쟁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면 부품공급망을 다변화하면 모든게 해결될 것인가? 팬데믹이 발생하면 글로벌 어느 지역도 안전한 곳이 없기 때문에 그것도 완벽한 해결책은 될 수 없다. 그렇다고 100% 국내조달로 전환(Reshoring)할 것인가?

이도 국내의 높은 인건비와 경직된 근로여건으로 제품 원가경쟁력에 문제를 초래할 것이다.

따라서 해외와 국내 생산비율을 6:4 정도로 적정 배분하고, 국내조달분은 고가 럭셔리차급용, 해외는 중국, 인도, 베트남, 아세안 등을 중심으로 저가차 중심의 부품공급망을 구축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수익이 높은 고가차에 대해서는 보다 안정적인 국내공급망을 확보할 필요가 있으며, 저가차에 대해서는 해외 현지생산과 국내생산을 적절한 비율로 병행함으로써 위기에 보다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현재 국산화가 되지 않은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용 일부 첨단부품들은 빠른 시일내 국산화를 위한 R&D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규모의 경제가 되지 않는다고 등한시하면 언젠가 그 후폭풍을 맞게 되므로, 국내 국가기술연구원과 우수 중견기업을 통해 정부가 정책적으로 개발하여 해외 수출까지 고려한다면 자연스레 규모의 경제도 도모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아울러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으로 인해 재정적 고통을 받고 있는 부품생태계 업체들에 대해서는 정부가 최우선적으로 금융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 자동차산업은 상생관계의 생태계산업으로서 먹이사슬관계로 묶여진 자연생태계와 완전히 다르다.

자연생태계는 최하층의 플랑크톤이 풍부해야 최상층의 어류, 포유류가 생존할 수 있지만, 자동차산업 생태계는 이와 반대로 최상층의 완성차업체가 살아야 하부구조의 1차 ~ 3차 부품업체가 생존할 수 있다.

정부는 이러한 생태계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함으로써 금융지원을 생계형, 중소부품업체에 집중하여 오히려 생태계 전반의 생존에 위협이 되고 있다.

소위 최상위층 완성차업체와 대기업 협력업체에 대한 지원이 전무하여 대기업의 생존을 담보하지 못하게 되면 그 하부의 중소부품업체들에 대한 지원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 격이된다.

완성차업체가 건강하게 살아야 생산을 늘리고 생산과 고용이 늘면 협력업체로부터 부품 조달이 늘어나 생태계는 선순환싸이클로 상생할 수 있는데, 안타깝게도 완성차에 대한 지원을 특정기업에 대한 특혜지원으로 정부와 국회가 인식함으로써 전체 생태계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또한 금융지원에 있어서도 생태계 전체의 건전성과 전망을 고려하여 이를 기업신뢰성의 지표로 삼아야 하는데, 금융계는 당장의 기업경영실적을 기준함으로써 유망있는 부품업체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정부가 3차례에 걸쳐 유동성 확대와 금융지원 강화를 발표하였지만 정작 일선 은행창구에서는 부품업체의 신용등급이 BB- 이하일 경우 기존 대출연장이나 신규대출을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외에도 공공구매 확대를 통한 내수촉진이나, 기업들이 당장의 자금부담을 경감해 주기 위한 각종 세금과 공과금 납부기한 연장, 일시적인 경영난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고용유지 지원 확대, 근로유연성 확대 등도 자동차업체들의 생존을 위한 유용한 단기처방이 될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공급사슬의 변동과 함께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는 중소 협력업체들의 도태로 산업 구조조정이 예상된다.

수요와 공급의 복합 절벽으로 상대적으로 위기에 약한 중소 부품업체들의 생존이 어려워지고, 특히 내연기관자동차와 관련된 부품업체일수록 완성차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상대적으로 위기관리능력이 떨어져 있는 게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견뎌내지 못하게 되면 시장에서 퇴출될 위기에 놓이게 됨을 인식하고 발 빠르게 미래차 방향으로 사업을 전환한 부품업체의 경우 생존가능성은 더욱 크다.

■코로나는 자동차산업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필요악

또한 코로나로 인한 봉쇄로 이동이 제한되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향후 코로나가 일상화(New normal)가 될 경우 비대면 비즈니스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를 플랫폼으로 사용하는 카쉐어링, 카헤일링 등 공유산업은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우버와 리프트 등이 매출감소로 사업규모를 축소하고 수천명의 감원을 발표한 것은 이러한 추세를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반면, 온라인 구매가 늘어나면서 택배사업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물류의 스마트화, 무인화, 초연결, 군집주행(Platooning), 로봇배송 등의 기술과 전기동력의 상용차 수요는 증가할 것이다.

■첨단산업으로 혁신을 위한 중장기 전략

이에 따라 전기차, 자율차, 빅데이터, AI, AR/VR 등 미래차와 관련 융합기술로의 산업재편이 예상되며, 또한 항바이러스 소재 및 부품 개발도 촉진될 것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부품업체의 경우 이러한 신기술 개발 투자와 M&A를 확대하면서 자연스럽게 사업전환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인 내연기관 중심의 산업구조에 안주해 있던 기존 부품업체들은 새로운 기술과 제품개발로 사업을 전환하지 않을 경우 수익성 악화와 시장규모 축소로 퇴출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코로나 사태가 이러한 구조조정의 촉진자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산업 생태계 전반의 상생협력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완성차업체와 협력 부품업체간에 장기적인 비젼을 공유하고 미래차 관련 신기술과 부품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한편, 중소기업들의 R&D 투자를 위한 완성차업체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공동 기술개발, 역할분담 등 주도면밀한 협력이 요구된다.

부품업체 단독의 신제품 개발은 여력도 부족할뿐더러 공급처를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개발은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 코로나와 같은 팬데믹이 일상화되면서 소비자들의 인식에도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자동차산업에서도 디지털 전환이 촉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자율주행차, Flying car, 개인형 이동수단(Personal Mobility), 도심형 이동수단(Urban Mobility) 등 새로운 형태의 다양한 이동수단의 수요가 확대되고, 판매, 정비, 폐차, 재활용 등 제품 전주기에 걸쳐 오프라인 보다는 온라인의 비대면 비즈니스가 활성화 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자동차전시회가 모두 취소되었고, 기업들의 신차 발표도 온라인 생중계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그 단적인 예이다. 앞으로 오프라인의 모터쇼는 크게 위축되면서 MICE산업은 위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자동차 구매도 매장방문 보다는 온라인 쇼핑이나 기업 웹사이트를 통한 구매가 일반화 될 것이다. 테슬라는 그러한 온라인 마케팅의 선두주자로서 코로나 이후 오히려 매출이 급증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이 정비소를 방문하지 않고도 고속통신망을 통해 차량을 업그레이드함으로써 차량의 성능을 높이고 자율주행 관련 안전도를 제고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여 우리정부의 발상 전환과 제도개혁이 절실하다. 우리정부는 아직도 10대 주력산업 중심의 산업정책을 펴고 수출을 독려하고 있다.

언제까지 조선, 철강, 섬유, 석유화학 등에 매달려 있을 것인가? 언제까지 이들 전통산업의 수출에 국가경제를 의존할 것인가? 이들 업종 대부분의 일반제품은 중국에 밀리고 첨단제품은 선진국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샌드위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40조에 달하는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을 발표하였다. 기간산업이라는 구태의연한 용어도 문제이지만 당초 주도면밀한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아 자동차가 포함되었다가 WTO협정 위배 우려로 제외되었다.

코로나19 이후 중국의 약진이 우려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동차산업에 있어서 중국은 중앙정부의 강력한 지도하에 전기차, 자율차, 빅데이터, AI 등에 대한 투자를 과감히 늘리고 있어 장기적으로 글로벌 자동차시장의 헤게모니를 장악한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팬데믹으로 인한 모빌리티의 수요변화가 급속히 일어나면서 향후 글로벌 자동차시장은 중국의 첨단자동차와 기술이 세계시장을 장악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이유다.

중국의 거대한 수요시장을 기반으로 정부의 강한 정책드라이브와 소비자들의 신기술 수용, 글로벌 플레이어들의 대중 투자확대 등으로 자동차분야에서 우리의 직접적인 경쟁자가 될 날이 머지않았다.

또한 코로나의 뉴노멀 하에서 각국은 고용안정과 자국산업 보호를 위해 무역장벽을 높이고 있어 정부의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미-중간의 통상분쟁이 장기화되면서 글로벌 교역구조는 물론 공급망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고, 최근에는 유럽의 일부 국가들이 미국의 다국적 IT기업에 대해 디지털세를 부과하면서 촉발된 새로운 형태의 통상분쟁이 향후 자동차와 같은 첨단제품으로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가 이제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자율주행 관련 소프트웨어, 빅데이터, AI 등이 융합 탑재되어(imbeded) 디지털부문의 부가가치가 더 높기 때문이다.

아울러 EU가 제안한 탄소국경조정세도 새로운 통상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파리협정에 따라 각국이 자국의 형편에 맞게 차별화된 이산화탄소 감축을 이행하고 있는 가운데 EU의 환경단체와 기업들이 주도하여 세계 최고수준의 환경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유럽산 제품의 경쟁력 하락을 우려하여 수입품에 대해 탄소세를 부과하겠다는 움직임이다.

이러한 의제는 동일한 이해관계를 가진 국가들간 자발적 추가감축 메카니즘을 구축한다는 목적이나 WTO 혹은 한-EU FTA 메카니즘 밖에서 논의됨으로써 향후 개도국들의 강한 반대가 예상되고 우리나라의 경우 추가적인 수출부담과 경쟁력 하락이 우려되므로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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