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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전기차 보급을 획기적으로 늘리려면?

미래모빌리티연구소 김태년 소장

  • 기사입력 2020.10.28 12:16
  • 최종수정 2020.10.28 12:20
  • 기자명 이상원 기자

얼마 전 미국의 자동차전문지 ‘오토모티브 뉴스’가 2024년까지 새로 출시될 전기차 100개 모델을 소개한 적이 있다.

전통적인 세단, SUV 뿐만 아니고, 캐딜락, 포르쉐 등 럭셔리카와 스포츠카, 대형 픽업까지 포함되어 있다.

미국 빅3의 캐시카우인 픽업은 풀사이즈의 경우 6,000~7,000cc의 엔진에 엄청난 파워를 내뿜는 럭셔리 트럭인데 전기차로 거듭날 예정이다.

오프로드 픽업의 대명사로서 기름 먹는 골리앗(gas-guzzler)으로 불리는 허머(Hummer)의 첫 전기차 에디션도 2021년 가을 출시될 계획인데 사전예약이 순식간에 마감되었다고 한다. 전기차 붐이 전 세계적으로 일고 있다.

작년에 글로벌 전기차 판매는 약 203만대였다. 그 중 플러그인전기차를 포함한 배터리전기차가 202만대, 수소전기차가 7,580대였다.

국별로는 중국이 106만대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미국이 32만대, 독일이 11만대, 우리나라가 3만6천여 대로 9위였다.

이러한 극별 판매순위의 배경에는 전기차 보급에 대한 정부의 환경규제도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충전기 등 사회적 인프라의 구축도 중요한 요인이다.

필자가 9월 23일 칼럼에서도 언급했지만 전기차 보급이 더딘 이유는 소비자들이 차량을 사용하기 불편하기 때문이다.

국내외 전기차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대부분이 전기차의 충전 불편(충전소 부족, 긴 충전시간)과 짧은 주행거리, 비싼 가격을 언급하고 있다.

말하자면 이러한 불편과 불만을 해소해 주고 소비자가 원하는 가치를 충족시켜준다면 전기차 보급은 급속도로 늘 수 있다.

그런데 우리정부는 전기차 보급 확대 방안으로 친환경차 보급목표제를 자동차업체에 강제하고 있다.

금년에는 15% 목표를 달성해야 하고 중국과 유사하게 적어도 매년 2% 이상 목표를 상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한대를 무공해차 3대로 계상해주므로 적어도 금년도 총판매의 5%인 약 7만대는 전기차로 팔아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2022년부터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업체에 대해 전기차 1대당 900만원(환경부 초안)의 패널티를 부과할 계획이다.

전기차 보급부진의 모든 책임을 기업에 떠넘기는 느낌이다. 전기차를 만들어도 안 팔리면 어떻게 할 건가?

기업들이 재고로 가진 정도를 목표달성에 고려하겠다고 한다. 가당찮은 일이다. 패널티가 아닌 인센티브제를 왜 도입하지 않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면 기업에 대한 규제와 패널티 없이 전기차 보급을 늘릴 수는 없을까? 전기차는 기업의 수익성 보다는 환경개선 목적이 크다.

전기차는 아직 규모의 경제가 되지 않아 투자 대비 수익성이 낮은 차종이며, 소비자들이 지갑을 쉽게 열지 않는 고가의 소비재이고 사용시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이런 점들을 해결해주는 방향으로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지금 판매되는 전기차는 오롯이 정부의 구매보조금과 전기충전비 지원 덕이다.

현재 전기차 1대당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적게는 1,300만 원, 많게는 1,800만 원을 보조해주기 때문에 약 5,000만 원 짜리를 3천만 원대에 살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기존 아파트 거주자의 경우 전기차를 구매해도 충전기 찾기가 쉽지 않다.

국내 거주형태의 75% 정도가 아파트와 같은 집단주거형태인데 전기차를 사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거주지 주변에 공용 충전기가 아직 부족한 실정이고, 어렵게 찾았다 하더라도 다른 전기차가 충전중이면 30분 이상 차례를 기다려야 하고 또 다시 30분 이상 충전하여야 한다.

심지어 충전기에 차를 물려놓고 차주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에는 여간 난처한 일이 아니고, 때로는 어렵게 찾은 충전기가 고장나 있거나 충전 카드결재 시스템이 고장 난 경우도 있다.

적어도 EU의 지침과 같이 전기차 10대당 1기의 충전기가 보급될 정도로 충전소를 확충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전기차 보급대수가 10만대가 조금 넘기 때문에 적어도 1만기의 공용 급속충전소와 5만기의 완속충전기(2대당 1기)가 곳곳에 설치되어야 한다.

환경부가 매년 급속충전기 확충을 위해 예산을 들이고 있지만 6월말 현재 전국에 급속충전기는 6,991기가 설치되어 있다고 한다.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급속충전기 1기당 전기차 14대 꼴이니 전기차동호회 SNS에는 대부분 충전문제가 주된 관심거리다.

전기차 보급확대 관련 차량이 먼저냐 충전기가 먼저냐 하는 것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우문과 같다. 당연히 충전기가 먼저다. 그런데 현재 정부정책은 전말이 전도된 느낌이다.

전기차의 가장 큰 단점인 충전기 부족과 긴 충전시간, 이 두 가지만 해결해준다면 전기차 보급은 엄청나게 늘 것이다. 이는 정부와 공공부문이 담당할 몫이다.

현재의 50kWh의 급속충전기를 100kWh 이상으로 충전용량을 늘려 충전시간을 현재의 절반 이하로 단축해야 한다.

이러한 충전사업은 개인사업자가 하기에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없이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어렵다. 고압선을 끌어와야 하고 변압기를 고압용으로 모두 교체해야 한다.

노르웨이, 네덜란드, 스웨덴처럼 곳곳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여 운전자가 충전기 찾아 삼만리를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전기차 보급 확대의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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