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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이냐? 거부냐?’ 칼자루 쥔 바이든 대통령의 선택은?

  • 기사입력 2021.02.11 09:19
  • 최종수정 2021.02.11 09:21
  • 기자명 박상우 기자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고심이 시작됐다.

[M오토데일리 박상우 기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10일(현지시각)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손을 들어줬다. LG가 이 소송을 제소한 지 2년 만이다.

ITC는 SK이노베이션의 리튬이온배터리, 배터리 셀, 배터리 모듈, 배터리팩 및 기타 구성요소를 10년간 수입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 이와 함께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기로 한 포드는 4년 안에, 폭스바겐은 2년 안에 새로운 배터리 공급사를 찾아야 하며 이때까지 수입을 허용하는 예외 조항을 뒀다.

이제 남은 것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결정이다.

그동안 업계는 바이든 행정부가 친환경 정책을 강조해온 만큼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해왔다.

선거 유세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2050년 탄소배출 제로를 목표로 친환경 인프라에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전기차 인프라 확충에 나서겠다며 청정에너지 및 기후변화 대응 인프라에 향후 4년간 2조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저탄소 인프라 건설과 전기차 생산 촉진 등을 통해 수백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정부 조달을 위해 미국산 저공해 차량 300만대 이상을 구매 유도하고 전기차 공공충전소 50만개를 구축하는 한편 친환경차 보조금과 저공해차 생산 인센티브도 부여한다.

그 일환으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연방 정부가 보유한 차량을 모두 전기차로 대체할 계획이다. 미국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차량은 2019년 기준으로 64만5천대이며 이 중 전기차는 지난해 7월 기준으로 3,215대에 불과하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각) 미국 제품 우선 구매를 강제하는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이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기 때문에 연방기관들이 전기차를 대체할 때 미국에서 생산된 전기차를 우선순위에 둘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ITC의 결정을 그대로 수용할 경우 친환경 정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만큼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ITC가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기로 한 포드와 폭스바겐에게 유예기간을 준 만큼 자동차 업체의 피해를 고려할 명분이 적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6억달러(3조원)를 투자해 조지아 잭슨 카운티에 1·2공장을 합쳐 연산 30만 대 규모의 전기차용 배터리 셀 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생산된 배터리는 포드의 전기 픽업트럭인 F-150 전기버전과 폭스바겐의 순수전기차 ID.4에 탑재될 예정이다.

이런 이유로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SK이노베이션에게 남은 것은 LG에너지솔루션과 합의하는 것이다.

그러나 LG와 SK가 생각하는 합의금 격차가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LG가 승소하면서 협상력이 높아져 합의금 격차가 이전보다 더 벌어질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금까지 미국 연방 영업비밀보호법(DTSA)에 근거해 수조원을 요구했지만 SK이노베이션은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수천억원 수준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LG가 승소했기 때문에 LG가 요구하는 합의금액이 지금까지 요구해왔던 것보다 2~3배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이 때문에 SK이노베이션은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기대를 걸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ITC가 내린 최종결정에 대해 60일 이내에 승인 또는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SK이노베이션은 대통령 심의 기간인 60일 동안 자신들의 입장을 집중적으로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ITC 결정에 대한 입장문에서 “미국 내 배터리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앞으로 남은 절차(Presidential Review 등)를 통해 안전성 높은 품질의 SK배터리와 미국 조지아 공장이 미국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 중인 친환경 자동차 산업에 필수적이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 수천 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 등 공공이익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적으로 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ITC 결정에 대한 입장문에서 “SK이노베이션 측이 이제라도 계속적으로 소송 상황을 왜곡해 온 행위를 멈추고, 이번 ITC 최종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이에 부합하는 제안을 함으로써 하루빨리 소송을 마무리하는데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침해된 영업비밀에 상응하고 주주와 투자자가 납득할 수 있는 합의안이 제시되지 않는 경우 ITC 최종 승소 결과를 토대로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에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품목에 대한 미국 내 사용 금지와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 국내외에서 진행 중인 소송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임해 나갈 수밖에 없다”며 “이는 LG에너지솔루션이 배임 논란에서도 벗어나기 위한 필요 조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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