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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현대기아만 주냐?. 우리도 차 만들었다.” 경영진, 계열사 반발 예상 못했나?

  • 기사입력 2022.03.11 17:07
  • 최종수정 2022.03.11 17:15
  • 기자명 이상원 기자
현대차그룹 본사

[M 오토데일리 이상원기자]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지난 4일 비정규직을 포함해 직급과 직무와 관계없이 직원 모두에 400만원의 특별 격려금을 지급키로 했다.

명분은 코로나 상황에서도 회사를 위해 애쓴 직원을 격려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자 격려금을 받지 못한 현대모비스와 현대로템,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 등 계열사 직원들이 우리도 같이 차 만들었는데 왜 현대차와 기아만 격려금 주느냐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현대모비스 노조는 지난 4일 서울 역삼동에 있는 현대모비스 본사 로비에서 "현대모비스 전 조합원에게도 동일한 격려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현대제철 노조도 열악한 환경과 코로나 사태에서도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면서 사측에 특별공로금을 지급을 요구했다.

현대로템 노조도 지난 7일 현대로템과 협력업체 전 직원에게 현대차.기아와 동일한 수준의 특별성과급을 지급하라고 요구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직장인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에도 "현대차와 기아에만 격려금을 지급한 것은 계열사를 무시한 처사"라며 동일한 보상을 요구하는 불만이 들끓고 있다.

한 계열사 직원은 "같은 계열사에서 차별을 받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사장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며 격하게 항의했다.

또, "현대차와 기아에만 400만원 지급 발표 이후 회사 분위기가 험악해졌다"며 "일할 맛이 안 난다"는 글도 올라왔다.

현대차와 기아 경영진이 밝힌 격려금 지급 명분대로라면 현대차와 기아의 실적을 뒷받침한 계열사 전 직원도 격려금을 동일하게 지급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계열사 노조 집행부도 들끓는 노조원들 분위기 때문에 쉽게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현대로템 노조는 현대로템의 경영실적은 현대차의 연결재무제표상 지배기업 소유주 지분의 실적으로 반영되기 때문에 현대차의 경영실적으로도 연결된다면서 단체 행동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계열사 반발이 예상외로 거세자 그룹 경영진은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지금 와서 계열사 요구대로 다 지급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대차와 기아 양 사 직원 수는 10만6천여 명으로, 비정규직까지 합치면 격려금 규모는 4,500억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전 계열사에 같은 액수를 지급하면 적어도 2천 억 원 이상은 추가될 전망이다.

추가금액이 많지는 않지만 뒤늦게 노조와 직원들 요구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지급하는 모양새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기아가 예정에 없던 격려금을 지급키로 한 것은 지난해 성과가 좋은 일부 연구 및 사무직 책임매니저급(비조합원) 직원에게만 500만원의 성과급을 지급하자 노조가 단체협약 위반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이를 무마하기 위한 조치로 보여진다.

현대차와 기아는 격려금 지급 배경에 대해 “직급과 직무에 관계없이 1인당 400만 원 가량을 동일하게 지급한다”면서 “모두에게 같은 금액의 격려금을 지급키로 한 것은 직원들 모두가 각자 맡은 업무에서 최고 품질 확보와 고객헌신을 위해 노력한 것은 직위나 직책과 관계없이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결국 현대차와 기아 양 사 내부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조치가 거꾸로 그룹 전체로 번지는 결과를 초래한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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