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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 “예상을 가볍게 뛰어넘는 성능“. 페라리 첫 V6 PHEV 슈퍼카 ‘296 GTB’

  • 기사입력 2022.05.18 19:40
  • 최종수정 2022.05.18 19:41
  • 기자명 최태인 기자
페라리 '296 GTB'

[인제=M 투데이 최태인 기자] 누구나 드림카로 손꼽는 이탈리아 대표 슈퍼카 브랜드 '페라리(Ferrari)'가 신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한 슈퍼카를 선보였다.

슈퍼 스포츠카 분야의 정점에 있는 페라리는 그동안 다양하고 매력적인 내연기관 모델들을 선보여 왔지만, 아무리 페라리라도 갈수록 엄격해지는 친환경 규제는 결코 피해갈 수 없는 노릇. 페라리는 지난 2019년 ‘SF90 스트라달레‘를 시작으로 2020년 ‘SF90 스파이더’에 이은 세 번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슈퍼카 '296 GTB'를 출시했다.

296 GTB는 페라리 로드카 역사상 최초의 V6 미드리어 엔진을 장착, 2인승 베를리네타의 계보를 잇는 후륜구동 기반 PHEV 슈퍼카다.

페라리 '296 GTB'
페라리 '296 GTB'

296 GTB 차명은 ‘그란 투리스모 베를리네타(Grand Tourismo Berlinetta)’의 약자인 GTB와 함께 총 배기량(2,992L)과 실린더 수(6)에서 따와 조합됐다. 특히, 296 GTB는 지난 10년간 페라리에서 선보인 베를리네타 중 가장 컴팩트한 차체를 가졌다.

‘운전의 재미(Fun to drive)'라는 개념을 완벽히 재정의 하고, 새로운 V6 엔진의 시대를 예고한 페라리 296 GTB를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 서킷에서 만나봤다.

본격 시승에 앞서 페라리의 새로운 언어와 미래지향적인 스타일링을 녹여낸 296 GTB의 내·외장 디자인부터 살펴봤다,

전반적으로 SF90 스트라달레 동생 격으로 꽤나 비슷한 패밀리룩을 가졌지만, 과거 250 LM의 클래식한 헤리티지 요소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적용한 모습이 색다르다.

페라리 '296 GTB'
페라리 '296 GTB'

전면부는 여느 페라리와 마찬가지로 쐐기 형태에 낮게 깔린 프로포션이 인상적이지만, 296 GTB는 더욱 슬림하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모습이다. 간결한 보닛 라인과 펜더 볼륨의 조화로움도 296 GTB만의 매력.

헤드램프는 과거 눈물방울 모양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았다. 좌우 끝의 보석과 같은 두 개의 LED 램프는 SF90 스트라달레처럼 상당히 낮게 배치됐고, ‘ㄱ‘자 형태 아웃라인은 색다른 분위를 연출한다. 안쪽으로 파고든 슬림한 주간주행등(DRL)은 방향지시등을 겸하고, 하단에는 브레이크 공기흡입구와 매끄럽게 어우러져 미적 감각은 물론, 공력성능까지 극대화했다.

프론트 범퍼는 중앙에 티-트레이라고 불리는 F1 기술인 컴팩트 윙을 적용해 공력성능도 높였다. 이외에 안쪽으로 와이드하게 위치한 공기흡입구와 양끝의 프론트 스플리터까지 전반적으로 스포티하고 역동적인 디자인을 강조했다.

페라리 '296 GTB'
페라리 '296 GTB'

측면부는 그동안 전형적인 패스트백 베를리네타 스타일에서 탈피해 파워풀한 볼륨의 캐빈 구조를 채택했다. 그동안 다양하게 선보였던 458 바디와 다른 실루엣도 반가운 부분.

특히, 휠베이스를 50mm 줄이면서 전체적으로 컴팩트한 차체를 통해 고카트 느낌이 들도록 설계됐는데, 차체를 키우는 요즘 차들과 다른 추세다. 과연 페라리다운 발상이다.

296 GTB는 날렵하고 역동적인 프로포션에 펜더 및 차체 곳곳의 풍부한 곡선미, 포물선을 그리며 유려하게 떨어지는 루프라인이 돋보인다. 도어를 가로지르는 강렬한 캐릭터 라인은 공기역학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위치에 배치된 원형 공기흡입구와 자연스레 연결되고, 이 공기흡입구를 통해 리어 펜더 볼륨과 근육질 윙도 더욱 강조된 모습이다.

특히, 296 GTB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역시 윈도우 라인이다. 앞서 J50이나 P80/C 원오프 모델 등 한정판 모델에서 선보였던 ‘바이저 모양’ 윈드스크린과 랩어라운드 테마로 연결된 윈도우 라인은 페라리가 로드카를 가장 잘 표현하는 방법이다.

페라리 '296 GTB'

각을 살리면서 급격히 치켜세운 벨트라인 및 B필러 디자인과 날렵한 플래그타입 사이드미러도 스포티한 분위기를 더해준다. 여느 페라리와 같이 앞 펜더에 위치한 페라리 엠블럼은 보기만 해도 가슴을 뛰게 만든다.

휠은 트윈 5-스포크 디자인이 적용됐는데, 다른 모델들과 비교하면 조금 아쉬운 면도 살짝 있지만, 296 GTB 차체 디자인과 상당히 잘 어울리는 모습이다. 휠 사이즈는 전륜 245/35 ZR 20, 후륜 305/35 ZR 20인치다. 고성능 브레이크 시스템도 눈길을 끈다.

페라리 '296 GTB'
페라리 '296 GTB'

후면부 디자인도 굉장히 역동적이고 신선하다. 296 GTB는 원형과 타원형태가 아닌, 수평형 테일램프 디자인을 적용했다. 램프 사이에는 얇은 블랙 하이그로시 디테일을 일체감 있게 연결해 조명이 꺼지면 마치 하나의 커넥티드 블랙 스크린처럼 보인다.

V6 엔진이 위치한 상부에도 플라잉 버트리스 테마로 전면과 통일감을 살렸다. 독특한 3차원 유리 표면을 가진 엔진 룸 커버 아래에는 엔진과 실린더가 살짝 보인다. 또 커다란 윙은 없지만 라페라리에서 영감을 얻은 액티브 리어 스포일러는 100kg에 이르는 다운포스를 제공한다.

페라리 '296 GTB'
페라리 '296 GTB'

중앙에 위치한 현대적인 단일 배기구는 양쪽의 에어덕트와 연결돼 범퍼 중앙 프로필 하부의 일체형 디자인을 완성시켰다. 이를 통해 기능성과 기술, 디자인의 완벽한 조화를 보여준다. 리어범퍼 하단 디퓨저도 공기역학 성능과 동시에 후면 디자인의 완성도를 높여준다.

리어 쿼터뷰에서 바라본 296 GTB의 모습은 완벽 그 자체다. 어느 한 곳도 의미 없게 디자인된 곳이 없고 모두 매끄럽게 연결돼 한 덩어리의 유기체를 보는듯한 느낌이다.

페라리 '296 GTB'
페라리 '296 GTB'

실내는 SF90 스트라달레에서 처음 선보였던 100% 디지털 인터페이스라는 컨셉을 토대로 개발됐으며, 전반적인 레이아웃도 유사하다. 다만, 첨단 기술을 강조해 과거와 단절을 강조했던 SF90 스트라달레와 달리 296 GTB 실내는 기능적 요소에 대한 순수함의 개념을 통해 미니멀함 지향한다.

페라리 '296 GTB'
페라리 '296 GTB'

디지털 계기판은 시동이 꺼져있을 때 블랙 패널처럼 보이지만, 엔진을 깨우면 모던한 디지털 인터페이스를 드러내면서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래픽도 화려하고 시인성도 뛰어나다. 스티어링 휠은 페라리 로마의 것과 동일하고, 큼지막한 패들시프트와 방향지시등, 마네티노 스위치는 여느 페라리와 같이 익숙한 모습. 시대 흐름에 맞춰 시동 버튼도 터치 방식이다. 조수석에는 전용 디스플레이가 있어 코드라이버(Co-driver) 수준의 운전 경험도 제공한다.

페라리 '296 GTB'
페라리 '296 GTB'

센터터널에는 SF90 스트라달레에서 영감 받은 클래식한 기어 변속기 게이트를 비롯해 컵홀더, 차 키를 보관할 수 있는 칸도 마련됐다. 또 실내 곳곳에는 최고급 이탈리아 가죽과 정교한 스티치, 카본 등 탄소섬유 소재를 폭 넓게 사용해 스포티함은 물론 럭셔리한 고급감까지 동시에 느껴진다.

296 GTB의 내·외장 디자인을 살펴본 후 바로 서킷 주행을 시작했다. 하이브리드 슈퍼카인 만큼, 페독을 빠져나갈 때 매끄럽고 조용한 특유의 주행감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페라리 '296 GTB'
페라리 '296 GTB'

296 GTB는 V6 터보 엔진을 장착한 최초의 페라리 로드카로, 실린저 뱅크 사이에 120° 각도로 배치된 V6 터보와 전기모터가 결합됐다. 새로운 2.9L V6 터보 엔진(663마력)은 221cv/ℓ에 이르는 비출력(단위 중량 당 출력)으로 양산차 신기록을 달성했다.

전기모터를 더한 시스템 합산 최고출력은 830마력, 8단 F1 DCT 변속기와 맞물린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 도달까지 2.9초, 200㎞ 도달까지는 7.3초, 최고속도는 330km/h다. 또 eDrive 모드에서 전기 주행 시 최대 135km/h까지 달릴 수 있고, 25km의 주행거리를 자랑한다.

특히, 주행 전까지만 해도 V6 PHEV 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편견을 갖고 있었는데,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가속페달을 깊게 가져가면 순간의 전기모터 출력과 함께 폭발적인 움직임을 보여준다. 그동안 내연기관 페라리에서 느꼈던 주행감각과 전혀 다른 모습에 놀라게 된다. 특히, 가속 및 고속주행 성능뿐만 아니라, 코너에서도 제동 성능 및 안정감이 굉장히 뛰어났다.

페라리 '296 GTB'
페라리 '296 GTB'

앞바퀴 접지력을 잃지 않고 노면을 꽉 붙잡아 코너를 빠져나가는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수많은 F1 경기를 통해 쌓아온 데이터베이스와 최적의 회생 에너지 시스템을 통해 차를 극한까지 내몰아도 아랑곳 하지 않았다.

296 GTB에는 신형 ABS EVO 컨트롤과 6W-CDS라는 섀시 컨트롤 센서가 통합 적용됐다. 덕분에 회전의 가속도와 속도를 모두 측정함으로써 역학 제어장치가 차량의 상황에 맞게 개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후방타이어 접지력을 극대화해 제동거리를 급격히 단축함과 동시에 반복적인 강한 급제동에서도 일관된 제동력을 보여준다.

보다 최상의 주행모드를 위해 마네티노 스위치를 퍼포먼스로 돌렸다. 주행 드라이빙에 가장 이상적인 퍼포먼스 모드는, 상시 최고출력을 내기 위해 엔진이 활성화되면서 배터리 효율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보조한다.

퍼포먼스에서 296 GTB는 숨기고 있던 성격을 여지없이 드러냈고 음색 좋은 엔진 사운드와 함께 박진감이 넘쳐났다. 수치상으로 보여 지는 830마력보다도 훨씬 강력한 느낌을 받는다.

페라리 '296 GTB'
페라리 '296 GTB'

총 19개 코스로 구성된 난이도 높은 인제 스피디움 서킷을 같이 동승한 인스트럭터 안내와 함께 빠르게 공략해 나갔다. 속도를 올려도 차체는 안정적이고 스티어링 휠과 가속페달 답력은 정교했다. 가속도 훌륭하지만, 역시 코너 진입과 탈출하는 과정이 믿기지 않을 만큼 날카롭고 매끄러운 모습에 감탄이 흘러나온다.

여기에는 F1 노하우가 집약된 8단 DCT 변속기 역할도 큰 몫을 차지한다. 변속 반응도 기존보다 훨씬 빨라졌고, 무엇보다 엔진과 함께 크기와 중량이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 파워트레인도 더 밑으로 배치돼 무게중심이 낮아졌고, 덕분에 차와 합을 맞추면서 노면을 읽고 서킷을 공략해나가는 재미가 상당했다.

페라리 '296 GTB'
페라리 '296 GTB'

단 몇 바퀴 짧은 서킷 체험이지만, 296 GTB를 통해 페라리가 보여주고자 하는 비전, 기술력을 여지없이 느낄 수 있었다. 친환경 규제와 전동화 트렌드에서 페라리는 자신들의 방법으로 디자인과 성능, 모든 면에서 또 한 번 진일보했다. 향후 선보일 페라리의 전동화 모델들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페라리 '296 GTB'
페라리 '296 GTB'
페라리 '296 GTB'
페라리 '296 GTB'

한편, 296 GTB의 더욱 강력한 성능을 원한다면 ‘아세토 피오라노’ 옵션을 선택하면 된다.

본 옵션에는 GT 레이싱에서 파생된 멀티매틱 댐퍼, 프론트 범퍼의 탄소 섬유 보조 장치, 탄소 섬유와 같은 경량 소재의 사용 등이 포함된다. 12kg 이상을 감량하기 위해 일부 구성 요소의 구조도 완전히 재설계된다.

또한 Lexan의 초경량 리어 스크린, 250LM에서 영감을 얻은 리버리(Livery, 차량 도색)는 아세토 피오라노 패키지에서만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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