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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빠졌는데 무사고로 둔갑” 침수차, 중고차 시장에 어떻게 유통될까?

  • 기사입력 2022.08.17 18:32
  • 기자명 최태인 기자

[M 투데이 최태인 기자] 지난 8일 서울 지역에 내린 폭우로 침수차가 무려 1만대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된 가운데, 중고차 시장으로 유통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동차업계와 손해보험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 8일부터 12일 오전 10시까지 전체 손해보험사(12개)에 접수된 피해 신고 건수는 총 9,986건(수입차 3,279건, 국산차 6,707건)이다. 추정 손해액은 무려 1,422억 원에 달한다.

특히, 이번 집중호우 피해는 유독 서울 강남 지역에 집중돼 페라리, 람보르기니, 포르쉐 등 고급 수입차 침수가 늘면서 손해액 기준으로는 지난 20년간 역대 최고 금액 피해가 발생했다.

이처럼 침수차가 대거 발생하자 중고차 시장에서는 '침수차 주의보'가 발령됐다. 침수로 전손 처리된 차량은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폐차가 원칙이다. 이를 위반할 경우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관련 규제 등이 허술하다보니 폐차 대상인 차량이 사설 수리를 마치고 중고차 시장에 다시 유통되고 있다는 점이다.

금속·전기·전자장비로 구성된 자동차는 물과 상극이어서 완전히 침수된 후에는 이미 내부로 유입된 물로 전자장비 등이 먹통이 된다. 수리한다고 하더라도 잦은 고장이 발생, 운행 중 시동이 꺼지거나 화재 등 운전자와 다른 사람의 목숨까지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침수차는 어떻게 다시 중고차 시장에 유통될까?

보험사에서는 침수차에 대해 전손 처리를 시키고 폐차를 시켜야 될 의무가 있지만, 지난 2018년 이전까지는 보험사들이 보험금 손실을 줄이기 위해 침수차를 폐차시키지 않고 중고차 위탁매매상사에 판매해왔다. 이 차들은 당연히 수리 후 침수 사실을 숨기고 재판매돼왔다.

이후 침수차 사기 피해가 속출하자 국토교통부는 보험사로부터 전손처리된 차량이 폐차되는 과정을 직접 확인하고 관리하는 ‘폐차이행확인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이 경우는 침수차가 침수 피해사실에 대해 보험처리를 한 경우에만 해당된다.

운전자가 자차보험을 가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차량이 침수되거나, 침수가 된 후 보험처리를 하지 않고 미수선 한 차량은 폐차이행확인제 대상이 아니다. 즉, 침수된 사실이 카히스토리 등 어디에도 침수 이력이 남지 않게 되고, 이 차들이 결국 중고차 시장으로 나와 무사고차로 재판매되는 것이다.

침수차는 적발하기도 쉽지 않다. 안전벨트나 금속부위의 악취, 녹 등으로 침수 여부를 살펴볼 수 있는데, 이마저도 악덕 딜러들은 정비업체를 통해 눈에 보이는 침수 사실이 밝혀질 만한 부품들을 모두 교체하거나 씻어내 흔적을 없앤다.

이후 소유자와 번호판을 여러 번 바꾸는 서류 과정, 흔히 ‘침수차 세탁 과정’을 거쳐 중고차 시장으로 판매되는 것이다. 소비자를 유혹한 뒤 비싼 값에 강매하는 허위·미끼매물로 악용하는 사례도 많아 각별히 유의해야한다.

무엇보다 침수차가 유통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침수차가 어디에서 어떻게 수리돼 유통되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침수된 차량이 부산 등 다른 지역 중고차 시장으로 넘어가 판매된다면 소비자는 카히스토리를 전혀 알 도리가 없다.

한편, 중고차 딜러들 역시 이번 폭우로 판매대기 중이던 차량 외에도, 중고차 시장에 전시돼있던 수많은 차량들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 때문에 손실을 줄이기 위해 침수차들을 정상으로 속여 판매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향후 5년간 중고차 시장을 조심해야 된다”, “아무리 판매를 금지해도 처벌이 약해 지속적으로 판매된다. 처벌을 대폭 강화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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