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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딜러들은 파산직전인데..” 재규어랜드로버, 국내서 번 돈 86억 전액 英 송금

  • 기사입력 2022.08.26 12:09
  • 기자명 최태인 기자

[M 투데이 최태인 기자]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가 현재 국내 딜러들이 판매부진 및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인 가운데, 차를 팔아 벌어들인 돈을 본사로 모두 송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일 한국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15기 회계연도(2021년 4월~2022년 3월) 당기순이익 86억5,250만원 전액을 영국 재규어랜드로버 본사로 배당했다.

지난 14기 회계연도에 당기순이익 61억1,447만원 전액을 배당한 데 이어 지난 회계연도에도 국내서 벌어들인 돈 전부를 본사로 송금한 것이다. 재규어랜드로버 영국 본사가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의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제15기(2021년 4월~2022년 3월) 매출 및 영업이익은 각각 3,657억 원과 100억 원, 당기순이익은 86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매출 3,669억 원, 영업이익 101억 원, 당기순이익 61억 원)과 같은 수준으로, 매출과 영업익이 각각 0.3%, 0.4% 감소했으나, 순이익은 41.5% 증가했다.

특히,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그동안 꾸준히 제기됐던 기부금 지출 문제도 인색한 면모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광고선전비는 66억 원, 기부금은 1억 원으로, 작년대비(광고선전비 113억 원, 기부금 2억 원) 절반으로 줄였다.

문제는 이러한 ‘쥐꼬리 기부금’ 지출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연간 매출액이 1조원을 넘기는 등 호조를 이어가던 당시에도 기부금 지출은 2~3억 원대에 그쳤었다.

이에 반해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본사에 대한 배당은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 벌어들인 수익 전액을 매년 본사로 보내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실천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기부금 지출은 인색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재규어랜드로버는 현재 극심한 판매부진으로 한국시장에서의 존립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재규어랜드로버 판매 급감으로 전국 판매딜러들은 심각한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두 브랜드를 합한 판매량은 고작 3,558대로, 전년 동기의 5,676대보다 37.3%나 감소했다.

브랜드별로는 랜드로버가 지난해 3,220대를 기록, 전년 동기(4,801대) 대비 32.9%가 줄었다. 랜드로버는 정통 프리미엄 SUV로, 지난 2016~2018년 연간 판매량이 1만 대를 넘어서는 등 국내 프리미엄 SUV 시장에서 독보적 존재감을 과시했으나, 잦은 잔고장으로 인한 품질 문제와 공급 차질 등으로 지난 2019년부터 판매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

재규어 브랜드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재규어의 연간 판매량은 겨우 300여 대에 그쳤다. 지난 2021년 재규어 판매량은 338대로, 전년 동기(875대) 대비 61.4%가 급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생산 차질과 상관없이 대부분 차종들의 판매가 중단된 탓이다. 여기에 이렇다 할 신차 투입 계획도 없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재규어는 준중형 세단 XE와 중형 XF, 대형급의 XJ, 준중형 SUV E-PACE, 중형 F-FACE, 스포츠 세단 F-TYPE, 순수 전기 SUV I-PACE 등 7종의 라인업을 구성해 판매를 이어왔으나, 지난해 XJ, XE, E-PACE, I-PACE 등이 판매가 중단되면서 라인업이 대폭 축소됐다. 여기에 주력 XF 마저도 올해 판매 중단을 앞두고 있다.

판매 급감으로 재규어랜드로버 차량을 판매하는 딜러들도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10개 딜러 중 7개 딜러가 판매 부진으로 인해 지난 2017년 이후 4년 연속으로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일부 딜러는 누적 적자가 300억 원을 넘어서 사업 포기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딜러들은 임대료를 내지 못해 서비스센터와 전시장을 잇따라 폐쇄하고 있다. 올 1월에는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의 핵심 서비스 센터인 서울 역삼동 센터가 문을 닫는 등 최근 3년 사이 문을 닫은 서비스센터 수는 6개에 이른다.

효성그룹 계열의 딜러 효성프리미어모터스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21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이 301억 원으로 전년도의 439억 원보다 31.4%가 감소했고, 영업 손익도 23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효성은 지난 2017년 재규어랜드로버 판매업을 시작한 이후 첫해 9억5천만 원, 2018년 23억 원, 2019년 51억 원, 2020년 39억 원, 2021년 23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효성프리미어모터스의 지난해 순손실액은 전년도 46억 원에서 35억 원으로 다소 감소했다.

서울 강남지역 판매 딜러인 천일오토모빌은 지난해 매출액이 959억 원으로 전년도의 1,332억 원보다 28%가량 줄었다. 영업손실은 40억 원으로 전년 54억보다 소폭 감소했다.

천일오토모빌은 2017년 19억8천만 원 영업흑자 기록 이후 2018년 148억 원, 2019년 73억 원, 2020년 54억 원, 2021년 40억 원 등 지난 4년간 315억 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 순손실액도 2019년 96억 원, 2020년 75억 원, 2021년 60억 원 등 최근 3년간 231억 원을 기록했다.

경기 판교 및 안양지역 판매 딜러인 고진 계열 선진모터스는 지난해 매출액 633억 원을 기록, 전년도의 1,115억 원 대비 43.2%가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전년 50억 원에서 지난해에는 29억 원으로 줄었고, 순손실은 전년 16억 원에서 44억 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서울 한남 등 강북지역 딜러인 아주그룹 계열 아주네트웍스는 지난해 매출액 866억 원을 기록, 전년도의 1,100억 원 대비 21.3%가 줄었다. 영업손실액은 전년 112억 원에서 27억 원, 순손실은 130억 원에서 55억 원으로 크게 줄었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주요 딜러들 중 유일하게 KCC오토그룹 계열의 KCC오토모빌만 수익을 내고 있다.

KCC오토모빌은 지난해 1,234억 원의 매출을 기록, 전년도의 1,547억 원보다 소폭 줄었다. 반면, 영업이익은 전년도의 26억 원에서 지난해는 34억 원으로 늘었고, 순이익은 7억7천만 원에서 18억7천만원으로 증가했다.

KCC오토모빌은 상품 매출액은 802억 원으로 전년도의 1,120억 원보다 줄었으나 정비매출이 413억 원에서 421억 원으로 늘었으며 임대매출도 9,300만원을 기록했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판매급락으로 올 초 직원 수를 대폭 줄이고 사무실도 축소하는 등 대대적인 조죽 축소를 단행했다.

한편, 영국의 자존심으로 통하는 재규어랜드로버는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를 능가하는 고급차 브랜드로, 한때 한국에서도 연간 4~5천대씩 판매됐으나 제품 결함과 과도한 할인판매 등으로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에서 완전히 밀려나 찬밥 신세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지난해 10월 본사에서 중책을 맡아 온 것으로 알려진 '로빈 콜건(Robin Colgan)' 사장이 취임, 달라진 모습을 보일 것으로 기대했으나, 1년이 지나도 상황이 오히려 악화되자 판매딜러들의 실망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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