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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수록, 입을수록 빨려드는 옷-한복

  • 기사입력 2006.01.20 14:21
  • 기자명 변금주


 
한복에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있다. 단순한 옷 이상의 상징성을 지녔다. 한복은 평면재단으로 입는 사람의 체형에 따라 맵시가 달라진다. 양복처럼 디자이너에 의해 스타일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입는 사람 중심의 옷인 것이다. 열흘밤마 자고나면 설레이는 설날이다. 한복을 맵시나게 차려입고 명절분위기 한껏 살려보자.

 
#설 만끽하기엔 한복이 제격

명절이 점점 퇴색하고 있다. 설이나 추석은 이제 명절보다 연휴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많다. TV에서 서울역을 가득 메운 인파나 차량으로 꽉 막힌 고속도로를 볼 때, 거리에 한복 입은 사람들이 유난히 눈에 띄면 ‘아 명절이구나’ 잠시 실감하는 정도다.

 
어린 시절, 새옷을 입고 음식 장만하는 어머니, 할머니 옆에서 졸린 눈을 비비며 왜 그렇게 설을 기다렸을까.

 
일상 속에서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 하나 둘, 사라진다는 것은 외로운 일이다. 명절을 기다리는 설렘이 사라지는 것도 적적한 일이다. 열흘 후면 설이다. 해마다 연휴로 즐긴 명절. 이번 설엔 명절 분위기를 한껏 띄워보자. 설 분위기를 살리는 것은 뭐니뭐니 해도 우리네 한복이다.

 
한복을 입은 여인을 보면 누구라도 고와보인다. 왠지 고운 맵시에 잠시 돌아보게 된다. 또 한복을 차려 입고 거리에 나선 가족들을 보면 모두 행복해보인다. 왜 행복해보이는 사람, 단아한 자태의 주인공이 될 생각은 안해봤는지…. 명절 한복은 예복이다. 한복을 장만하면 까마득히 잊은 은사님도 이웃어른도 생각이 날 것이다. 세배 하러 다니느라 바쁜 몸만큼 예상하지 못한 추억도, 재미도 쌓일 것이다.

 
한복에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있다. 자연미, 인격미, 전통미, 소박비, 곡선미, 절제미, 조화미, 여백미 등 단순한 옷 이상의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무한한 의미를 지닌 한복을 입음으로써 평소와는 다른, 새로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한복은 입체 재단하는 양복과 달리 평면 재단이다. 양복은 몸에 맞춰 재단을 하지만 키가 크거나 살이 찌는 등 체형이 바뀌면 못입는다. 반면 한복은 평면 재단으로 누군가에게 입혀졌을 때 입체적으로 모양이 살아난다. 입는 사람의 체형에 따라 한복의 맵시가 달라질 뿐이다. 양복처럼 디자이너에 의해서 스타일이 결정되지 않는다. 철저하게 입는 사람 중심의 옷이 한복이다. 결국 한복을 입음으로써 고움, 멋, 맵시, 태 등 한눈에 보이는 아름다움까지 모두 내 것으로 즐길 수 있다. 자신을 뽐내며 설을 만끽하기엔 한복이 제격이다.


#요즈음 한복 트렌드

한복 입기가 수월하다. 맞춤부터, 기성복, 대여까지 한복전문점이 다양하다. 기성복이나 대여점보다 가격부담이 큰 맞춤 한복을 계획한다면 치마 안단을 다른 색으로 넣어 양면으로 입을 수 있게 하면 한 벌 가격으로 두 벌을 즐길 수 있다. 저고리 동정도 치마색과 어울리게 하나 더 맞추는 센스도 잊지 말자.

 
한복은 양복만큼 트렌드가 계절마다, 해마다 바뀌지는 않지만 저고리 길이나, 동정과 고름의 폭 등은 유행에 따라 조금씩 변한다. 채도가 높은 밝은 색상이 주류를 이루면서 소재는 양단이나 모본단보다는 실크나 명주를 사용, 고급스러우면서 화려한 한복이 인기다. 또 한복이 주로 예복으로 많이 사용됨에 따라 당의나 치마, 저고리에 그림을 화려하게 그려 넣은 파티나 연회용 스타일도 눈에 띈다. 전체 맵시는 넓지 않은 자연스러운 배래(팔 아랫부분)에 체형에 따라 저고리 길이도 약간 길어진 추세다. 동정도 9㎜에서 12㎜, 15㎜로 넓어지다가 현재는 20㎜ 정도로 넓어지고 있으나 옷고름은 점차 좁고 짧아지고 있다. 치마 폭은 넓은 A라인 형태가 많다.


 
(1) 고름매기

여성한복의 경우 까다로운 것은 고름매기. 고름을 맬 때는 긴 고름이 아래로, 짧은 고름은 위로 가도록 잡은 후 짧은 고름을 안쪽으로 집어넣어 잡아빼고 돌려 감는다. 돌려감은 짧은 고름 사이로 긴 고름을 넣어 고를 만든 후 팽팽하게 잡아당겨 정리하면 된다.

 
(2) 맵시내기

-속옷 갖춰 입기는 한복 겉옷의 실루엣을 형성하는데 많은 영향을 미친다. 그런 이유로 예전에는 치마 속에 속속곳, 바지, 단속곳, 무지기 등 여러 개의 속옷을 입었지만 요즘은 대개 속바지와 속치마만 입는다.

 
-저고리는 어깨 솔기와 깃고대가 약간 앞으로 숙여서 뒤로 넘어가지 않게 해서 입어야 한다.

 
-저고리의 길이에 비례하도록 깃을 짧게 달아서 목둘레를 단아하게 감싸야 한다.

 
-저고리는 몸에 붙게 입고, 고름의 고를 적당한 길이로 매었을 때 가장 단아해 보인다.

 
-고름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매는 것이 고상한 분위기와 품위를 더해준다.

 
-신발 속 버선은 수눅(시접)이 바깥 쪽을 향하도록 하고, 치마의 겉 자락이 왼쪽으로 오도록 한다.

 
-작고 마른 체형은 다소 명도가 높은 화려한 색상으로 어깨나 도련 방향으로 그림이나 수가 들어간 패턴을, 크고 뚱뚱한 체형은 채도가 낮고 짙은 색상과 삼회장 저고리의 앞길 중앙에 그림이나 수가 들어간 패턴이 어울린다.

 
-두루마기는 치마저고리가 단순할 땐 조금 화려한 모양새로, 치마저고리가 화려할 때는 단순한 모양새가 고급스럽게 어울린다.

 
(3) 남자 한복 입기

-남성의 경우 한복을 입을 때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 대님매기. 먼저 대님이 안쪽 복사뼈에 위치하도록 하고 발등 부분의 옷을 잡아당긴다. 잡아당긴 옷을 그대로 잡고 발 바깥방향으로 끝 부분이 위치하도록 돌려 감는다. 대님끈을 바깥방향에서 안쪽으로 교차시킨 뒤, 끈을 복사뼈 방향으로 돌린 후 매듭을 지으면 된다.

 
-외출할 땐 반드시 두루마기를 갖추어 입도록. 마고자 차림으로 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의상협찬 김예진·한복모델 사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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