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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스피드와 속도감은 자신있다

  • 기사입력 2005.11.22 14:04
  • 기자명 이상원
기아자동차가 지난 10일 로체를 출시하면서 신차 컨셉으로 『드라이브는 반응이다』라는 문구를 사용했다. 이 말은 로체의 반응성이 탁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도대체 로체의 반응성이 얼마나 좋기에 신차의 컨셉으로 정했을까? 
 
의문에 앞서 로체의 포지셔닝부터 먼저 살펴보자. 기아차는 또, 이달의 로체 판매목표를 내수시장에서만 월 6천대 수준으로 잡고 있다. 이 같은 목표는 월 7천여대(자가용 기준)가 판매되는 대한민국 최고의 베스트셀러카인 현대 쏘나타와 비슷한 수준이다. 
 
기존 옵티마.리갈이 잘해야 월 2천대 정도 판매된 점을 감안하면 월 6천대는 상당한 무리를 한 셈이다. 바꿔말하면 기아차는 로체의 제품력에 그만큼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말이다. 
 
기아차가 로체에 대해 자신감을 갖는 이유는 대체로 세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쏘나타와의 가격및 제품 차별화다. 기존 옵티마의 경우, 쏘나타와 같은 플랫폼과 부품을 사용하면서도 가격대는 비슷해 전혀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같은 점을 의식, 로체는 쏘나타보다 평균 150만원 가량 낮게 시판가격을 책정했고 제품 라인업도 1.8, 2.0, 2.4로 쏘나타보다 한 그레이드 낮게 포지셔닝했다. 즉, 월 1만6천대 규모의 중형차시장 가운데 가격대가 낮은수요층은 쏘나타와의 충돌을 피할 수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다.
 
두번째는 로체의 성능이다. 로체는 쏘나타와 같은 플랫폼과 엔진, 트랜스미션을 사용했지만 사이즈와 중량이 작아 동력성능이나 가속력이 쏘나타보다 우위에 있다.
 
세번째는 경제성이다. 로체의 시판가격이 쏘나타보다 평균 150만원, 르노삼성 뉴 SM5보다 100만원, 그리고 GM대우 매그너스보다 20만원 가량이 낮은 수준이다. 여기에 연비도 리터당 10.9리터로 다른 중형차에 비해 앞선다. 
 
즉, 로체는 다른 중형승용차와 비슷한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구입가격이나 유지비용에서는 유리하기 때문에 중형차시장의 하위그레이드에서는 충분한 자신감을 가질 만 하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신차임에도 불구, 쏘나타같은 세련된 느낌이 적은데다 전체적인 스타일이 평이하고 실내에 사용된 재질이 고급스럽지 못한 점,  또 간간히 보이는 마무리 허점, 그리고 영업력에서의 열세 등이 기아차의 기대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앞서 말했듯이 로체가 가장 강조한 부분은 역시 반응성, 즉 퍼포먼스이다. 때문에 시승포인트도 여기에 맞췄다. 
 
우선 로체의 스타일은 다소 평이하다는 평가다. 차체를 구성하고 있는 라인이나 클리어타입의 헤드램프, 수평형 라디에이터그릴, 그리고 4개의 사이클로 구성된 리어램프는 신차로서의 큰 특징은 없어 보인다.
 
6스포크의 알루미늄 휠이나 크롬도금 사이드 가니쉬와 도어 손잡이는 고급스럽기는 하지만 기존 중형차들과 큰 차이는 없다. 
 
반면, 실내에는 로체만의 독특함이 군데군데 눈에 띈다. 실내 전체라인을 라운드형상으로 설계, 실내가실제보다 넓어보이는 효과를 유도했다. 실제로 로체의 차체크기는 쏘나타 등에 비해 작지만 실내 넓이에서는 앞뒤 좌석 모두 매우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공간을 갖고 있다. 
 
뒷좌석에 앉았을 때의 천정 높이에 대한 부담감도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로체의 센터페시아는 흔히 접해온 중형차들과 상당히 다른 부분이 많다. 우선 연료게이지와 실내 온도 표시창이 계기판 사이클 하단에 위치했고 표시방법도 게이지방식에서 디지털방식으로 바뀌었다.
 
디지털 시간표시창 역시 센터페시아 중앙 상단에 위치시켜 운전자가 편안하게 볼 수 있도록 배려했고 거리표시창도 속도계와 RPM사이클 가운데 위치시켜 시인성을 높였다.
 
센터페시아는 쏘나타처럼 간결화시켰으며 대부분의 스위치를 기아 특유의 로터리방식을 적용했다. 센터페시아 하단에 사물함과 원터치방식의 재털이를 위치시켜 물건 보관이 용이하도록 배려했다. 스텝게이트방식의 기어쉬프트는 생각보다 움직임이 매우 부드럽다.
 
다만 센터페시아 일부와 기어노브, 도어트림에 적용된 나무 무늬결의 우드그레인이 다소 진부하다는 느낌이 강한 것과 대쉬보드 사물보관함의 개폐, 그리고 중앙 컵홀더 뚜껑 개폐가 세련되지  못한 점도 중형신차로서는 다소 약한 부분이다. 
 
엔진룸은 정비공간이 충분히 확보됐다. 배선처리도 여느 기아차처럼 매우 깔끔하게 정리됐다. 가스식 리프트가 적용돼 엔진후드와 트렁크 문을 열고 닫는데는 매우 편리하다. 
 
로체의 실내 정숙성은 매우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2.0세타엔진의 엔진음이 거의 실내로 유입되지 않는듯 하다. 가속시의 엔진음 역시 상당히 부드럽다. 
 
로체의 출발가속성도 매우 좋다. 가속페달을 밟자마자 반응이 금방 온다. 앞으로 치고 나가는 감이 혼다 신형 어코드만큼은 못하지만 국내 중형차 가운데서는 가장 뛰어난 수준이다.
 
시속 120km까지도 아주 부드럽게 치고 올라간다. 160km까지도 순식간이다.  고속에서도 속도감이 별로 느껴지지 않을 만큼 주행안정성이 좋은 편이다. 스티어링도 감각도 상당히 부드러워졌다. 코너링도 별다른 무리가 없다. 다만 가속페달은 놓은 후에 일정속도가 유지되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전체적으로 로체는 순간스피드나 속도감을 즐기기에는 안성마춤인 차량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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