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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카렌스, 서민용 거부했나?-뉴 카렌스 시승기-

  • 기사입력 2006.05.15 16:45
  • 기자명 이상원
 올해 출시되는 국산 신차 가운데 최고의 히트작 후보로 기아 신형 카렌스와 쌍용 액티언 스포츠가 언론에 자주 거론돼 왔다.
 
이유는  경제성 때문이다. 최근 휘발유 가격이 1천700원대를 넘어섰고 경유값도 만만찮게 뛰고 있다.  게다가 대부분의 자동차업체들이 신모델이나 페이스리프트, 심지어는 외관이나 사양이 거의  바뀌지 않은 year모델을 내놓으면서까지 판매가격을 대폭 인상, 차량구입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고 있다.
 
덕분에 필수사양 몇개를 추가한 구입가격이 2천만원대 미만인 차량은 미니밴과 SUV를 통틀어 2-3개 모델에 불과하다. 
 
신형 카렌스가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구입가격이 저렴한데다 상대적으로 유지비용이 적게드는 LPG를 연료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 본 신형 카렌스는 다소 실망스런 모습이다. 우선 구입가격이 턱없이 높게 책정됐다.
 
앞서 말했듯이 카렌스가 갖고 있는 최대 강점은 구입 및 비용부담이 가장 적다는 점이다. 구형 카렌스가 한 때 월 7천대까지 판매되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IMF로 생활이 어려운 시기에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차량을 구입, 운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카렌스가 신형 모델로 바뀌면서 적어도 가격면에서는 서민용임을 거부했다. 신형 카렌스는 구입가격이 1천645만원에서 2천100만원까지로 책정돼 있으나 실제로 타고다닐 만한 사양 몇가지를 추가하면 기본 구입가격이 1천800만원에 달하며 최고가격이 무려 2천400만원을 넘어선다. 
 
디젤모델 역시 최저 1천970만원에서 최고 2천380만원으로 평균 구입가격이 2천100만원을 웃돈다. 
 
이 정도 가격수준이면 중형승용차와 투싼, 스포티지 등 소형 SUV와 별반 차이가 없다. 신형 카렌스의 가격이 이처럼 크게 오른 이유는 다른 차종처럼 채산성을 고려한 현대.기아차의 가격올리기 작전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가격 올리기 전략이 반드시 채산성을 호전시켜주는 것은 아니다. 기아차는 스포티지 VGT 모델을 출시하면서 가격을 평균 200만원 가량 인상하는 바람에  판매량이 기존 월 5-6천대에서 2천여대 수준으로 뚝 떨졌다.
 
이런 점에서 신형 카렌스는 가격만 적당했더라면 1세대 카렌스와 같은 확실한 대박감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신형 카렌스는 스타일이나 성능 등 전체 품질수준에서 분명, 기존 카렌스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됐다. 
 
스타일면에서 신형 카렌스는 기존 모델에 비해 훨씬 짜임새 있고 세련미가 더해졌다. 최근 등장하는 세단에 적용되는 일자형 라디에이터그릴이나 크고 시원한 헤드램프, 그리고 볼륨감을 강조한 범퍼 등에서 최근의 추세를 따라잡으려는 노력이 어느정도 반영됐다. 
   
신형 카렌스는 지상고가 기존 카렌스와 비슷하고 경쟁모델인 GM대우차의 레조보다 낮은데도 시트포지셔닝이 매우 높게 설정됐다는 점이 독특하다.
 
기존 카렌스 등 보통의 미니밴들은 시트포지셔닝이 세단보다는 높고 SUV보다는 낮지만 신형 카렌스는 SUV와 비슷할 정도로 높아졌다. 시트포지셔닝이 높게되면 시인성은 좋지만 고속 주행시 다소 불안감이 느껴지는 단점이 있다.
 
신형 카렌스의 실내 인테리어 역시 많은 변화를 시도했다. 우선 기어 쉬프트 레버가 기존 컬럼식에서 여느 차량들 처럼 센터페시아 하단으로 위치변경 됐다.
 
차량을 많이 다뤄보지 않았던 운전자들이 생소하게 느끼던 불편이 사라진 셈이다. 오디오와 에어컨 등 각종 스위치들이 로터리식으로 단순화돼 센터페시아의 조작성이 간편해지고 깔끔해 진 것도 강점이다. 
 
계기판을 백색바탕으로 꾸민 점이나 거리표시창을 써클 바로 아랫부분에 위치시킨 점 등도 참신해 보인다.
 
그러나 하나하나를 뜯어보면서 실망스런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우선, 대쉬보드나 도어 손잡이 등 마감재질이 시판가격  대비 만족할 만큼 향상되지 못했다. 막대형 시트 조절레버와 철제 이동 레버, 고정식 후드 리프트 등은 신형 카렌스를 구입가격이 1천800만원대인 고급 차량으로 보기 어렵게 만든다.
 
3열시트 역시 기존 카렌스처럼 어린애도 앉기 힘든 형식적인 공간이라는 한계를 그대로 안고 있다. 실내 구석구석 마다 수납공간을 만들어 활용성을 높였으나 너무 넘치는 바람에 오히려 조잡스럽다는 느낌이 강하다.
 
신형 카렌스는 스타일이나 실내 기능성보다 성능에 더 관심이 가는 차다. 기존 LPG엔진보다 진일보한 LPI엔진이 탑재됐기 때문이다.
 
LPI엔진은 구형 LPG엔진보다 출력과 연비가 10-15% 가량 향상된 엔진이기 때문에 LPG엔진은 힘이 달리고 겨울철 시동성이 좋지 않다는 불만을 한 방에 날려버릴 수 있는 엔진이다. 
 
제원상으로 보면 신형 카렌스는 최고출력이 136마력으로 구형 카렌스의 123마력보다 13마력이 높다. 연비도 리터당 8.1km(자동변속기 기준)로 연료를 자주 충전해야 하는 불편을 다소 해소시킬 수 있다.
 
신형 카렌스는 과연 이같은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신형 카렌스는  시동을 걸고 처음 출발을 할 때는 구형 카렌스와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
 
LPG엔진 특유의 느릿한 움직임이 시속 80km까지도 계속된다. 시속 100km와 140km에 도달하는 데는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승용차나 SUV와 같은 즉각적인 반응성을 원한다면 애초부터 무리다. 그러나 100km이상의 고속에서 가속을 하게되면 기대한 만큼의 반응성을 나타낸다.
 
LPI엔진은 너무 빠른 응답을 요구하면 화를 낸다. 인내심을 갖고 달래듯이 서서히 가속을 하게되면 그때야 비로소 제대로 응답을 하게 된다.
 
맥퍼슨 스트럿과 멀티링크 방식이 적용된 서스펜션은 기아차의 여느 차종들 차럼 적당한 승차감을 느낄수 있도록 해 준다.
 
신형 카렌스는 국내 대표적인 대중 미니밴의 업그레이드라는 점에서 분명 의미가 있다. 하지만 앞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대중성을 살려  일반 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적정 가격대로 포지셔닝이 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차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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