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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럽게 다뤄야 제 모습 드러내는 야생마 -혼다 시빅 시승기-

  • 기사입력 2007.01.09 08:27
  • 기자명 이상원

혼다자동차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링카인 시빅이 지난해 11월말 한국시장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시빅은 혼다차의 주력차종으로 전세계 160여개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월드베스트카로 지난 1972년 이래 지금까지 무려 1천700만대 이상이 판매됐다.
 
특히, 구입가격대가 국산 중형승용차와 맞먹는 2천500만원대 이하에서 판매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출시이전부터 국산차업체들을 바짝 긴장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혼다 시빅은 한가지 이유 때문에 국내에서는 월 100대도 판매되지 않을 정도로 시원찮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 한 가지 이유란 시빅이란 차가 워낙 전세계 국가에서 인기가 좋다보니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실제, 혼다코리아는 처음부터 일본으로부터 공급받을 수 있는 물량이 월 100대, 연간 1천200대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해 왔다.
 
때문에 국내 언론들의 거센 공격에도 불구, 한국내 시판가격을 일본보다 무려 1천100만원이 비싼 2천990만원을 고수했다.
 
국내에 들여온 시빅은 현재  일본 에서 판매되고 있는 시빅2.0GL과 같은 모델로 이 모델은 일본에서 223만6천500엔, 즉 1천834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혼다코리아로서는 가격을 낮게 책정, 주문을 많이 받는다 하더라도 공급물량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가격을 높게 책정, 수익성을 최대한 높이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시빅은 2천만원대의 저가모델임에도 불구, 월 판매량이 100대에도 못 미칠 정도로 부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한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시빅은 일본에서 판매되고 있는 시빅2.0GL과 같은 모델로  한국형 시빅에는 17인치 알루미늄 휠과 리어 스포일러, 안개등, 백업센서만 추가됐으며 시트조절장치도 수동식이  적용됐다.  
 
이 모델은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시빅과는 다른 개념으로 개발된 차량으로 캐나다에서 판매되고 있는 아큐라 CSX와 외관이 동일하다.
 
시빅의 크기는 길이 4540mm, 넓이 1750mm, 높이 1440mm로 현대 쏘나타에 비해 길이는 260mm가 짧고 넓이는 80mm가 좁으며 높이는 35mm가 낮다.
 
준중형급인 아반떼와 비교해 보면 길이는 35mm가 길지만 넓이는 25mm가 좁고 높이도 40mm가 낮다. 즉, 크기로 보면 국산 준중형승용차와 비슷한 크기를 지니고 있다. 
 
엔진은 최고출력 155마력. 최대토크 19.7kg.m로 144마력. 19.2kg.m의 쏘나타나 140마력. 18.8kg.m의 뉴 SM5보다 앞서며 공인연비는 리터당 11.5km로 국산 중형승용차의 10.8km보다는 다소 앞선다.
 
수입차와 비교해 보면 폭스바겐 제타나 BMW320i와 크기가 비슷하다.
 
실내공간은 신형시빅은 구형모델에 비해 숄더룸이 30mm, 좌석간 거리가 20mm가량 커지면서 다리를 움직일 수 있는 공간등 전체적인 활동공간이 여유로워졌다.
 
한국형 시빅은 다소 공격적이면서도 안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 어코드와 같이 하부가 상부보다 약간 넓게 설계돼 안정적이며 돌출형 프런트범퍼와 엠블렘, 그리고 딱딱하고 각진 캐릭터라인은 호전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여기에 투 써클의 리어램프와 듀얼 머플러, 심플한 세븐 스포크의 휠 디자인은 날렵한 스포츠카에 근접했다는 이미지를 주기에 충분하다.
 
한편으론 크고 동그란 사이드미러와 중형스타일의 도어 손잡이, 그리고 사이드미러에 적용된 백색의 턴 시그널램프가 시빅이 결코 가볍지 않은 세단임을 보여준다.
 
시빅이 국내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독특한 스타일이라는 느낌이 드는 것은 아마도 프런트 필라, 즉 A필라 때문일 것이다.
 
시빅의 A필라는 경사가 매우 완만해 어찌보면 전체적인 모앵새가 미니밴에 가깝다. 이 부분만을 놓고 본다면 오딧세이와 유사하다. 양 차종은 프런트 휀더나 보닛 디자인도 매우 흡사하다.
 
A필라가 완만하게 디자인됨으로써 실내 계기판 위에 넓은 공간이 생긴다. 이 역시 미니밴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각이다. A필라를 완만하게 디자인 한 것은 실내 공간 활용성이 좋다는 장점이 있지만 전방 시야를 확보하는데 다소 불편하다는 단점도 있다.
 
한마디로 시빅의 외관은 탄탄하고 스포티하면서도 적당한 무게를 가진 그런 세단의 모습이다. 
 
시빅은 실내 인테리어도 매우 독특하다. 연료게이지가 붙은 속도계만 넓은 계기판 위에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
 
눈 앞에 가장 근접해 있는 계기판은 RPM계기판이다. 멀티플렉스 미터로 불리는 이 방식은 핸들 너머로 속도나 연료상태를 파악해야 하기 처음엔 시선이동에 불편이 느껴지지만 점차 익숙해 지면 나름의 장점을 발견할 수가 있다.
 
즉, 미터기가 멀리 위치해 있으면 전방시야와 미터기와의 이동거리가 짧아지기 때문에 한눈을 파는 시간을 짧게 할 수가 있다. 요즘엔 시빅 외에 도요타 일부 차종에도 이같은 방식이 도입되고 있다. 
 
하지만 RPM계기판과 쉬프트 포지션의 인디케이터가 앞의 인스트루먼트 판넬에 위치해 있어 속도와 엔진 토크, 혹은 변속기 쉬프트 포지션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눈이 왔다갔다 해야 하기 때문에 장시간 운전을 하면 머리가 아프거나 눈이 쉬 피로해 지는 결점이 나타난다.
 
또, 디지털시계와 오디오 채널 표시창도 센터페시아 위에 동떨어져 있다. 속도계와 RPM계기판, 디지털시계는 모두 입체감을 살린 파란색 컬러를 적용, 어두운 곳을 통과할 때는 마치 우주선 내부를 연상시키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여기에 기하학적 디자인의 스티어링휠까지 더해져 실내 분위기가 신비롭기까지 하다.
 
도어 손잡이는 일단 한번 당긴 다음 열릴 수 있도록 배려했고 메탈그레인이 적용된 도어트림 역시 스위치에 감각적인 컬러를 도입, 시인성을 높이는 등 특유의 세심함이 돋보인다.
 
큼직한 에어컨 덕트와 함께 온도조절및 볼륨 조절스위치류 등이 조작성이 좋은 로터리방식이 적용됐고
시트재질은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착좌감은 뛰어난 편이다. 실내공간 역시 움직이기에 불편함이 없다.
 
 둥글면서도 깜찍하게 디자인된 쉬프트레버와 기역자로 꺾인 주차 브레이크는 튀는 디자인을 선호하는 젊은층을 배려한 느낌이 강하다.
 
쌍용차에서 주로 도입하는 독립식 재털이와 슬라이딩 방식의 팔걸이, 덮개가 설치된 사물함도 꽤 쓸모있게 만들어졌다.
 
시빅의 엔진음은 외관 만큼이나 터프하다. 마치 디젤엔진을 대하는 것처럼 아이들링 소음이 심하다. 둥둥거리는 불규칙한 진동음까지 가끔씩 흘러나온다.
 
시빅은 외관의 느낌과는 달리 초기 반응이 그리 빠르지 못하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무거운 엔진음만 커질 뿐 차체는 영 말을 듣지 않는다. 시속 130km까지 속도를 올리기까지 RPM은 4000-5000을 오르내린다.
 
하지만 이는 처음의 느낌일 뿐. 서서히 속력을 올리면 시빅은 그 때부터 본래의 성격을 드러낸다.
시속 80km이상에서 엑셀레이터페달을 부드럽게 밟아주면 시빅은 언제 느랬냐는 듯 빠른 반응속도를 보인다.
 
이후부터는 스포츠카 못지 않는 야생마로 돌변한다. 160km도 순식간에 돌파한다. 시빅은 처음엔 익숙치 않지만 서너시간을 타다보면 어느새 독특한 매력에 쏙 빠져들게 된다.
 
하지만 하드한 서스펜션 때문에 비포장도로에서는 지나치게 많이 튄다는 느낌이다. 이 마저도 거친주행을 선호하는 젊은층을 배려한 것일까?
 
아무튼 혼다시빅은 흔히 접할 수 있는 그런 세단이 아니다. 시빅은 매우 조심스럽게 다뤄야만 비로소 제 모습을 볼 수 있는 그런 까다로운 세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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