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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부동산의 실체는 이렇다.

  • 기사입력 2007.02.05 11:17
  • 기자명 이상원

서울 강남의 한 사무실. 오전 10시를 조금 넘은 시간에 갑자기 함성이 들렸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는 소리와 함께 박수소리가 들렸다. 보험영업소 분위기를 연출하는 이 사무실은 지방의 땅을 매각하는 업체다.

이곳에서 영업을 하는50대 여성은 '땅에 대해 알지는 못하지만 회사에서 가르쳐준 내용대로 일반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영업을 한다'며 '마땅히 할 일이 없어 2년 전부터 일해 왔으며, 그 동안 업체를 세 군데나 바꿨다'고 말했다.

기획부동산이라면 지방의 쓸모없는 싼 땅을 매입해 지분을 분할(쪼개 팔기)해 비싸게 되파는 업체를 말한다. 기획부동산의 '기획'이라는 이름이 어떻게 해서 붙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건설업체에서 아파트 건립사업을 '기획'이라고 하지만 기획부동산의 기획은 사기라는 의미와 비슷하다. 음성적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기획부동산의 시작은 전국적으로 부동산 값이 올랐던 88년 이후라고 한다. 이어 신도시 개발이 시작된 90년 이후 현재의 모습을 띠게 됐다.

현재 기획부동산업체는 100여 개가 난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의 땅 작업이 어렵게 된 요즘은 서울과 경기도의 재개발 지분 되팔기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기획부동산이 주로 취급하는 부동산 상품은 땅이다. 지난해까지는 지방 땅을 싸게 사서 지적 분할(땅 쪼개기)로 비싸게 되파는 방식을 썼다.

아파트나 상가 건물 등은 매매가가 노출돼 있어 비싼 가격에 팔아넘길 수 없다. 한마디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땅은 시세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인접한 땅이라도 가격은 천차만별이고 분할해서 팔면 2000만~3000만원의 소액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에 고객을 끌어들이기가 쉽다.

땅을 주로 파는 것은 영업 방식과도 관계가 있다. 전화영업을 주로 하다 보니 2억~3억원 고가는 전화상담을 통해 계약으로 연결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요즘은 예전에 지적 분할(구분 등기)된 땅을 팔거나, 최근에는 지분 분할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공유 지분으로 판매한다.
 
최근에는 땅 작업이 어려워지면서 재개발 지분이나 미분양 아파트ㆍ연립주택ㆍ고가 빌라 등이 팔리지 않아 가격이 싼 부동산 상품으로 대상을 바꾸고 있다.
 
기획부동산을 운영하는 사람은 대부분 부동산 전문가들이어서 일반인들은 기획부동산의 말이 '그럴 듯하다'고 믿는 사례가 많다.

실제 기획부동산이 최근에 '작업'하는 다세대주택 등은 재개발 소문이 나돌거나 뉴타운 지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그러나 땅 지분 값이 너무 비싸기 때문에 매입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의 연립ㆍ다세대주택의 지분 한 평 값이 평당 4000만원 선으로 오른 데는 기획부동산이 개입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기획부동산은 가격이 20~30% 할인된 미분양 아파트나 팔리지 않아 시가보다 30% 정도 싼 연립주택, 고가 빌라 등을 매입해 '시가보다 10% 싼 급매물'이라며 되팔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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