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전기차 폐배터리도 재활용한다“ 제주 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 가보니
[르포] “전기차 폐배터리도 재활용한다“ 제주 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 가보니
  • 최태인 기자
  • 승인 2022.05.06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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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내에 위치한 제주테크노파크(JTP) '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

[제주=M 투데이 최태인 기자] 최근 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빠르게 늘면서 배터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전기차를 구매할 때 브랜드, 디자인을 비롯해 1회 충전 주행거리, 초고속 충전, 배터리 브랜드 등을 꼽는다. 하지만 전기차 배터리도 스마트폰처럼 쓰면 쓸수록 성능·효율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수많은 전기차 폐배터리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제주테크노파크(JTP) 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

지난 4일 방문한 제주시 아라동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내에 위치한 국내 1호 제주테크노파크(JTP) 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폐배터리는 환경오염과 안전 문제 등으로 매립과 소각이 불가능해 사후 처리가 어렵다는 점에서 애물단지처럼 여겨졌다. 즉, 재활용이 방법인데 이 역시 검증, 평가하는 것부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된 것이 바로 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다.

제주테크노파크가 지난 2019년 개소해 운영 중인 면적 2457㎡(743평)의 제주 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는 국내 최초의 '사용 후 전기차 배터리 전주기 체계' 구축 센터로, 회수된 배터리의 성능을 평가하고 재사용 배터리를 활용한 제품을 개발하는 곳이다.

제주가 첫 시작이 된 배경에는 국내 전기차 보급률(6.35%)이 가장 높아서다. 때문에 제주도는 '폐배터리' 활용 문제와 이를 대비하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

이곳은 폐배터리 수거부터 성능 진단, 등급 분류, 상태별 활용 분야 발굴이 '원스톱'으로 가능하며, 폐배터리 관련 제도와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기술 지원이 이뤄진다.

제주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내 사용후 폐배터리들이 보관돼 있다

정문을 지나 센터 내부로 들어서면 ‘배터리 적재실’에 빼곡하게 보관된 전기차 폐배터리 팩 250여개가 이목을 끈다. 모두 제주시 내 등록된 전기차에서 수거된 배터리다. 이곳에서는 폐배터리 팩을 모듈 형태로 분리한 뒤 성능을 테스트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특히, 실내는 햇빛이 들지 않는데도 야외보다 따뜻했다.

이동훈 제주테크노파크 활용기술개발팀장은 “전기차 배터리는 원형이 변하지 않도록 항온항습(일정온도와 일정습도)을 유지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전기차 폐배터리 보관 장소는 온도를 통상 18~24도로 설정해야 하는데, 우리 센터는 온도를 21~22도로 보다 까다롭게 유지하고 있다. 온도가 너무 낮으면 배터리 음극재가 부서지고, 온도가 너무 높으면 전해질 밀집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 배터리에 전기가 남아 있으니 건드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제주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 전기차 폐배터리 성능평가 공정
제주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 전기차 폐배터리 성능평가 공정

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는 배터리팩 장비 3채널, 모듈 장비 26채널, 안전성 장비 8종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장비는 배터리의 용량, 임피던스 등을 통한 건전성을 시험한다. 환경장비 및 안전성 평가장비의 경우 배터리의 온도, 습도에 민감한 특성을 고려한 환경 유지 장치와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의 안전성 척도를 측정하는 시험이 가능하다.

보관된 배터리 팩이 가장 처음 옮겨지는 장소는 육안 외형검사를 위한 ‘팩 검사 준비장’이다. 외부 충격으로 크게 손상된 배터리 팩은 여기서 걸러진다. 주로 사고 차량에 탑재된 배터리 팩이 대부분이다.

이 팀장은 “사고 차량뿐 아니라 일반 차량에서도 외부 충격으로 손상된 배터리 팩이 종종 발견된다. 전기차 배터리는 주로 차체 바닥에 배치되는데, 주행 중 과속방지턱에 배터리가 닿아 충격을 입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폐배터리 충·방전시험을 통해 성능을 검사하는 '팩 검사실'
전기차 폐배터리 충·방전시험을 통해 성능을 검사하는 '팩 검사실'

외형검사를 통과하면 충·방전시험을 통해 성능을 검사하는 ‘팩 검사실’로 입고된다. 이곳에서 배터리 팩은 잔존용량(SOC), 잔존수명(SOH), 출력수명(SOP) 등 성능검사 3종, 균형상태(SOB), 발열상태(SOT), 안전상태(SOS) 등 안전검사 3종을 거쳐 상태에 따라 A~E등급으로 분류된다. 배터리 효율이 70%까지면 재사용 가능하고, 50~60%는 재활용된다.

우수 등급은 팩 형태로 신재생에너지 관련 에너지저장장치(ESS)나 양식장 무정전 전원장치(UPS) 등 중대형 ESS에 재사용되고, 비우수 등급은 모듈로 쪼개져 모듈별 진단을 다시 받아야 한다. 배터리 팩을 검사하는 시간만 48시간에 달한다.

배터리 모듈 잔존가치 검사
배터리 모듈 잔존가치 검사

모듈별 진단에서는 배터리 팩 검사와 이 성능검사 3종과 안전검사 3종 등 총 6종의 진단을 거쳐 A~E등급으로 분류된다. 모듈 평가 소요시간은 24시간으로, 배터리 팩은 재사용을 위해 검사만 총 72시간이 걸린다. 이 팀장은 “안전하고 정확하게 배터리를 재사용하기 위해 제대로 된 성능·안전검사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재사용은 팩, 모듈 단계에서 모두 가능하다. 팩은 중대형 에너지인 신재생 에너지 연계 에너지저장장치(ESS)로 활용할 수 있고, 우수 등급 모듈은 가로등 ESS나 가정용 ESS, 농업용 운반차, 휠체어 배터리 등 소형 에너지 ESS에 재사용된다. 모듈 단위에서 재사용되지 못하더라도, 금속을 추출하는 민간 기업에 매각돼 리튬, 코발트, 니켈, 망간 등의 금속을 추출해 다시 활용될 수 있다.

전기차 SM3와 아이오닉 폐배터리로 다시 탄생한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차 SM3와 아이오닉 폐배터리로 다시 탄생한 '에너지저장장치(ESS)'

이어 야외 주차장에서는 르노삼성 SM3와 현대차 아이오닉의 배터리를 활용한 대형 ESS가 자리하고 있었다. 총 28개의 전기차 팩이 들어간 대형 ESS는 산업센터 단지를 이용하는 기업용 전기차 충전을 위해 사용되고 있는데, 사용 후 배터리를 전기차 충전이 가능하도록 재사용한 것이다.

태양광 에너지로 발생한 전기 저장도 대형 ESS가 담당한다. 각종 검사를 진행하기 떄문에 억 단위의 전기료가 발생하지만, 태양광 에너지를 ESS에 저장해 재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동훈 팀장은 "태양광 에너지를 이용해 건물에 필요한 전력을 사용하고 남은 전기는 ESS에 저장한다"며, "저장된 전기는 단지 내 기업들이 충전을 하는데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폐배터리를 활용한 에너지저장장치(ESS)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이동훈 제주테크노파크 활용기술개발팀장. 뒷쪽 우측으로 시험센터 증설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폐배터리를 활용한 에너지저장장치(ESS)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이동훈 제주테크노파크 활용기술개발팀장. 뒷쪽 우측으로 시험센터 증설 공사도 한창 진행되고 있다.

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는 연평균 39% 증가해 오는 2030년에는 20만개 가량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중 10%인 약 2만여 개의 배터리가 제주도에서 회수될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를 다른 지역으로 반출하기 위해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는 것도 시급하다.

이 팀장은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인증 시험 대행, 사용 후 배터리의 성능과 안정성을 검사하는 기준 등 제도 개선을 정부 측에 건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는 오는 2024년까지 '사용 후 배터리'를 활용해 개발된 제품에 대한 시험 인증과 신뢰성 평가를 위해 12종의 장비를 추가로 들여올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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