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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車 레이스 폼 미쳤다" 세계 최초 서킷서 펼쳐진 '현대차 대학생 자율주행챌린지'

  • 기사입력 2023.11.12 15:01
  • 기자명 최태인 기자

[용인=M 투데이 최태인 기자] 국내 최대 규모의 자율주행 경진대회 '현대자동차그룹 대학생 자율주행챌린지'가 14개월 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2010년부터 국내 대학생들의 기술 연구 참여를 통해 자율주행 기술 개발 저변 확대와 우수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자율주행 챌린지'를 개최해오고 있다.

지난 10일 용인 스피드웨이 서킷에서 세계 최초로 양산차 기반의 무인 자율주행 레이스 경기가 열렸다. 결선에는 전날 예선에서 추린 상위 3팀(건국대·카이스트·인하대)이 승부를 벌였다. 예선 1위 건국대는 결승전 폴포지션으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고, 카이스트와 인하대가 2, 3번째 그리드로 뒤를 이었다.

이전까지는 도심 속 도로를 막고 대회를 진행했지만, 올해는 과감하게 서킷에서 대회가 펼쳐졌다. 특히, 3대 이상의 양산차 기반 자율주행차가 서킷에서 경주를 펼친 것은 이번 대회가 유일하다.

이날 경기는 고난도 미션 수행이 관전 포인트였다. 현대차 전용전기차 '아이오닉 5(IONIQ 5)' 기반의 3대의 자율주행차가 동시에 출발해 2.7km의 서킷 10바퀴를 도는 코스로 진행됐다.

각 차량은 시속 180km/h 이상까지 달릴 수 있으나, 네 번째 랩까지는 100km/h 이하 속도제한을 뒀다. 설정된 제한속도를 초과하거나 추월 규정, 주차 규정을 위반한 차량은 총 주행시간에 페널티를 준다. 정해진 코스를 이탈하는 차량은 실격 처리된다. 결승점을 먼저 통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페널티를 받지 않고 서킷 주행을 완주하는 것이 최대 목표였다.

참가팀은 각자 연구 개발한 알고리즘에 따라 라이다·레이더·카메라 등 센서류를 최적의 위치에 설치해 자율주행차를 제작하고, 3차례의 연습 주행을 통해 고속 자율주행에 필요한 기술을 고도화했다.

결선 출발 신호가 떨어지자 아이오닉 5 자율주행차가 동시에 출발했다. 3팀 모두 출발에서의 실수 없이 순조로운 자율주행 챌린지가 시작됐다. 첫 랩은 시속 30km/h 속도 제한, 이후 네 번째 랩까지는 시속 100km/h를 넘기지 말아야한다.

참가차량들은 첫바퀴째 시속 30km/h 이하로 천천히 주행하며 코스를 확인한 뒤 두번째 바퀴부터 전기차 특유의 가속성능을 활용하며 속도를 높였다.

30km/h 속도 제한이 풀리자 건국대는 직선구간에서 곧바로 시속 100km/h까지 끌어올렸다. 동시에 환호성이 터져나왔고, 이때부터 두 차와의 격차는 1분을 넘겼다. 곡선에서는 시속 60km/h까지 속도를 높였다.

이는 실제 드라이버가 용인 서킷 코너 구간을 통과하는 속도와 비슷한 수준이다. 코딩을 코스이탈 한계치까지 설정했음에도 건국대 자율주행차는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았다. 반면 카이스트는 시속 60km/h가 넘지 않는 선에서 안정적인 주행을 이어갔다.

3대의 차량이 한 지점에서 만나 추월을 시도하는 박진감 넘치는 장면도 연출됐다.

건국대는 인하대를 한바퀴 따라 잡은 뒤 추월을 시도했지만, 인하대가 마치 "한 바퀴 이상 차이는 안돼"라고 하는 듯 교묘하게 추월을 방어하는 등 실제 레이스를 방불케하는 장면들도 연출됐다.

건국대팀은 코너 추월이 제한된 상황에서 적절한 가속과 감속으로 거리를 유지하며 꾸준히 기회를 엿봤다. 한동안 저속주행이 펼쳐졌고, 그 사이 카이스트팀이 바짝 따라붙으면서 승부는 예측할 수 없었다. 카이스트의 안정적인 전략이 빛을 보는 순간이었다.

결국 다섯 번째 랩 직선구간에서 건국대가 인하대를 추월하는 데 성공했고, 인하대 자율주행차는 추월을 허용한 직후 제어가 흐트러지면서 펜스(보호벽)와 충돌 후 멈춰섰다. 인하대가 코스를 이탈해 실격처리되면서 건국대와 카이스트의 치열한 레이스가 펼쳐졌다.

두 번째 속도 제한이 풀리면서 건국대는 더욱 과감하게 쾌속질주를 이어갔다.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레코드라인을 정확하게 지나가면서 독무대를 펼쳤다. 주행 경로에서 한치의 오차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지막랩에서는 건국대가 카이스트를 코앞까지 따라붙었다. 결국 두 차는 2분 이상 랩타입 기록이 차이났고, 마지막 과제인 정차지점까지 지켜내면서 건국대는 완벽에 가까운 자율주행 기술로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건국대(AutoKU-R팀)가 27분25초459의 기록으로 최종 우승의 영예를 안았고, 카이스트(EureCar-R팀)가 29분31초209의 기록으로 2위를 차지했다. 인하대(AIM팀)는 알고리즘 오류로 완주에 실패하면서 실격됐다.

1위 건국대팀은 상금 1억 원과 미국 견학 기회, 2위 카이스트팀에게는 상금 3,000만 원과 싱가포르 견학 기회가 주어졌다. 또 1, 2위 수상팀에게는 추후 서류 전형 면제 등 채용 특전도 제공된다. 인하대팀은 비록 완주하지 못했지만 챌린지 상과 함께 상금 500만원이 시상됐다.

이번 자율주행챌린지 과정에서 현대차·기아 연구원들은 직접 자율주행 차량 제작에 필요한 기술 적용을 도왔다. 현대차그룹은 기술 교류회와 세미나를 통해 참가팀에게 차량 교육, 하드웨어 개조 및 점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및 개발 가이드를 제공했다.

김용화 현대차·기아 CTO는 “이번 대회는 기존 대회와 달리 고속에서의 인지·판단·제어기술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대회를 통해 선행 기술 경연의 장을 마련해 창의적인 인재가 자유롭게 역량 펼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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